‘구원투수’ 정광석 사장, 성동조선해양 구해낼까?

2014-06-02 15:40

정광석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광석 성동조선해양 생산총괄 사장이 회사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지난 2010년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한 후 하성용 대표(2011년 8월~2013년 3월, 총괄사장 시기 포함), 김연신 대표(2013년 3월~2014년 5월)에 이어 채권단에 의해 선임된 성동조선해양의 세 번째 대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전임 대표들에 이어 정 대표도 ‘대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경력의 대부분을 조선소 현장에서 생산관리 부문에서만 경력을 쌓은 이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특히 그에게는 ‘구원투수’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2000년대초 계열 분리된 한진중공업, STX그룹 계열사로 새로 출발한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STX다롄조선기지 등의 초창기 조선소 생산관리를 정 사장이 맡았다.

정 대표가 조기에 각 조선소 생산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타고난 리더십을 꼽는다. 그는 조선소내 선박 건조 현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조업 현황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는데, 정 대표와 일을 함께한 임직원들은 후배들 사이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지(知)·덕(德)·용(勇)을 갖춰야 한다고 하는데, 정 대표는 이러한 요건을 갖춘 인물”이라며, “팀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조선소 현장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함께 풀어나가곤 했다”고 설명했다.

1953년생인 정 대표는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중공업, 연합전선, 진로종합식품을 거쳐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한진중공업에서 근무했다. 2002년 STX그룹에 인수된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의 전신)으로 자리를 옮겨 생산본부장(전무), 생산기술부문 담당 부사장, 대표이사 부사장에 이어 2006년 4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재직할 당시 STX조선해양은 세계 최초의 기록을 여러 건 세웠는데, 하나는 2003년 세계 최초로 한 해 동안 하나의 도크에서 20척의 선박을 진수하는데 성공하며, 당시 세계 최고의 생산효율성을 기록했다. 하나의 도크에서 4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고 1회전에 2척의 배를 동시에 진수하는 세미텐덤(Semi-Tandem) 건조방식을 통해 생산성과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STX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육상 건조공법인 SLS(Skid Launching System) 역시 정 대표가 임직원들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SLS 공법은 도크가 아닌 육상에서 선박을 선미부와 선수부 2개 부분으로 나누어 건조한 후 해상에 떠 있는 스키드 바지까지 배를 옮겨 그 위에서 한 척의 배를 완성시키는 첨단 공법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 대표는 2008년 그룹 인사를 통해 STX그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STX다롄조선기지 총괄 사장에 선임됐다. 다롄조선기지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조선소로, 정 대표는 이 조선소의 준공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다롄조선기지는 정 대표 앞에 놓인 험난한 미래의 시작이었다. 조선소가 완공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것. 바닥까지 급락한 업황에 따른 수주영업 부진의 책임을 지고 2010년 7월 물러난 그는 그해 8월 성동조선해양 생산총괄본부 사장에 부임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성동조선해양도 이미 채권단 관리 상태에 들어가 운신의 폭이 좁았다.

오너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모두 퇴진한 성동조선해양 내에서는 정 대표가 채권단의 선임으로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그는 2013년 삼진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년간 삼진조선 사장으로 일하던 정 대표는 올 1월 성동조선해양 생산총괄 사장으로 복귀했고, 5개월여 만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앞서 채권단이 선임한 두 명의 대표이사가 재무 분야에 특화된 인사였다면, 정 대표는 생산관리를 전문가다. 이는 채권단의 자금 투입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지난해부터 수주영업이 본격화 돼 일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성동조선해양은 제대로 된 선박을 지어서 수익을 내야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 4년여간 구조조정 과정 속에 내부에서 우려와 갈등이 컸던 성동조선해양은 현장직원들의 퇴사 등으로 인해 생산 부문에서 경쟁력이 약화 된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정 대표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