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속내는?
2014-06-02 15:38
독자 플랫폼 생태계 구축…향후 스마트홈 등 융합서비스 주도권 확보 전략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자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초기 스마트 TV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TV 플랫폼 경쟁에서는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플랫폼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자 모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일부터 4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TV 업계 최초로 타이젠OS 기반의 TV용 앱을 개발할 수 있는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SDK 베타버전은 HTML5 표준을 지원하며 이를 활용해 타이젠OS를 탑재한 TV 에서 동작이 가능한 앱을 개발할 수 있다.
타이젠OS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NTT도코모 등 전 세계 IT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도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올 하반기 타이젠 TV 출시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TV 출시에 앞서 SDK를 선배포하는 것은 OS 확산을 위해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출시 전에 사용자가 쓸 수 있는 다양한 앱과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갖춰놓겠다는 취지다.
LG전자도 이달 중 웹OS TV 개발자 사이트를 열고 웹OS 운영체제 기반의 TV용 앱을 개발할 수 있는 SDK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웹OS를 적용한 스마트플러스 TV를 출시한 LG전자는 올해 국내 출시되는 스마트TV 라인업의 90% 이상에 웹OS를 적용하는 등 웹OS 플랫폼을 새로운 스마트 TV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계획이다.
웹OS는 기존 스마트 TV 사용이 복잡하다는 사용자의 지적을 수용해 전환·탐색·연결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스마트 TV용 OS다. 2009년 개인용휴대단말기(PDA) 제조업체인 팜이 만든 것을 2010년 HP가 인수했고, 지난해 LG전자가 사들였다.
LG전자의 웹OS 플랫폼을 적용한 스마트플러스 TV는 지난 달 말 기준으로 출시 3개월만에 100만대가 넘게 팔려나가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45개 수준인 스마트플러스 TV 판매 국가를 6월까지 140개국으로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스마트플러스 TV를 100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에 나선 것은 스마트 TV의 플랫폼을 선점하는 쪽이 향후 새로운 융합 서비스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TV는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스마트폰·태블릿·PC는 물론 다양한 가전기기와 조명기구 등과 연계돼 향후 스마트홈의 허브로서의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
여기에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아직 스마트 TV 시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시장 규모와 달리 뚜렷한 시장 지배적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계 최대 TV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능의 스마트TV 앱을 먼저 선보인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TV가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확산과 함께 서비스 활성화가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 스마트폰 OS 자체보다는 생태계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