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100만 명 시대…암 진단 후 정신적 스트레스 심각
2014-06-02 17:00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현대 의학에 있어서 일종의 성어 혹은 지침 비슷하게 인용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면역력을 약화시켜 암에 대한 방어력을 잃게 한다.
암 진단 후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암 생존자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 ‘암환자 발생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암 유병자는 96만654명이고,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암 유병자 수는 약 100만 명에 달했다. 이후 통계에서는 생존자가 이를 훨씬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암 생존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생존율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누구나 신체적인 고통 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암 진단 후 1주일 동안 자살할 위험이 12.6배, 심혈관계통 사망 위험도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약 13만 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 위험이 약 20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암 수술 후 1년 이상 재발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유방암 환자 2명중 1명은 중증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한국인 유방암 생존 환자의 원인과 정도에 관계없이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을 통칭한 '디스트레스'와 삶의 질 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증 스트레스로 분류하는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환자가 50.7%(275명)에 달했다.
12.7%(69명)는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느낀다 답했다. 3.1%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는 30개의 전국 대학병원 및 유방암 전문병원 생존 환자 10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542개의 유효한 응답을 분석한 결과다.
심인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정신의학과 과장은 "암 환자의 경우 신체적인 고통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피로감과 탈모 등 치료의 부작용, 불면, 삶의 목적 상실 등 여러 이유가 중첩되면 심리적 무기력감과 절망, 때로는 다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정감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암 환자에게는 힘든 이 순간에 함께 하겠다는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고,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라고 권유하기 보다는 각 환자가 가지고 있는 대처 방식을 존중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혁재 명지병원 유방갑상선센터 센터장은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1%로 높고, 여성성 상실 등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며 "암의 치료와 재발 예방 외에 사회적, 심리적 문제 해소를 위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민준원 단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암 환자는 우울증·불안·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상태에서 느끼는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만큼 사회 복귀를 위한 꾸준한 지원과 암 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