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방화 용의자 "강제 입원" 주장…탈출 위해 범행 가능성 제기

2014-05-30 14:09

▲21명의 사망자를 낸 요양병원 방화 용의자로 구속 영장이 신청된 치매노인 김모(82)씨는 본인 동의 없이 입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사진=방송화면캡처]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21명의 사망자를 낸 요양병원 방화 용의자로 구속 영장이 신청된 치매노인 김모(82)씨는 본인 동의 없이 입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요양병원 화재를 수사 중인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김씨가 갇혀 지내는 데 답답함을 느껴 탈출하려고 불을 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족들이 내게 수면제 10알을 먹여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60여년 전 흔치 않았던 4년제 대학 출신으로 나이가 들어서는 농사를 지었으며 2년여 전 뇌경색 진단을 받아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가족들은 "2년 전 김씨에게 뇌경색이 왔고 치료를 위해 가족회의를 거쳐 입원시키게 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김씨가 가족과의 갈등과 자신의 처지 등을 비관하다 화풀이로 방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치매, 뇌경색, 탈수 증상이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는 검진 결과를 토대로 김씨를 유치장에 입감했다.

김씨는 입원한 지난 1일부터 병원에서 나가려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무단이탈해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말을 돌려 불리한 진술을 피할 정도로 김씨는 사리분별 능력에 이상이 없어 보이며 방화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젊은 시절 고시에 낙방하고 정치계에 입문, 보좌관 활동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병원 측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초기 대응 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