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보다 심각” 기업 체감경기 급락 심각

2014-05-29 17: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가 2008년 글로벌 경제 급락을 유발했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까지 떨어져 침체 국면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불황의 공포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세월호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급락과 국론 분열이 6·4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경기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엔화약세에 이어 원·달러 환율하락까지 겹쳐 우리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급락하는 등 대외 변수까지 겹쳐 기업들은 사방이 막혀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다.

◆6월 전망 BSI 94.5, 월 기준 2008년 이후 최저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6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4.5에 머물렀다. 이는 2월 전망치 88.7 이후 올 들어 이후 4개월 만의 최저치다. BSI는 100 이상이면 호황을, 이하면 불황임을 의미한다.

연도별 6월 전망 BSI를 비교하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발 직전인 2008년 6월 95.4보다도 낮다. 올 6월보다 전망 BSI가 낮았던 때는 IMF 외환위기 발발 직전인 1997년(84.0) 및 사태가 본격화 된 1998년(68.0)이었다. 즉, 6월 전망 BSI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해는 어김없이 대규모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데, 2012년과 2013년에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느끼는 불황에 대한 두려움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황은 이미 시작, 5월 수출·수입 모두 감소
불황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공개한 5월 1~20일 기간 수출과 수입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통관 기준 수출은 0.3% 줄어든 264억7400만달러, 수입은 2.9% 감소한 264만1300만달러에 머물렀다. 5월에 최장 5일간의 연휴가 있어 조업일수가 적었고, 20일 이후 수출입 통관이 몰리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여파가 조금씩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2월 1017.0원 → 3월 1070.7원 → 4월 1042.8원에 이어 이달 29일 1021.3원으로 장 마감했다. 전경련이 지난 12일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요 대기업 120개사를 설문조사 발표한 결과를 보면 원·달러 손익분기 환율은 1052.3원이었다. 환율 하락의 영향은 3~6개월 후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채산성 악화 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0.8%p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19일 수출 중소기업의 91.5%, 환율 하락으로 인해 채산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 인하 압박 거세, 수익성 악화
완성품 업계와 부품·원재료 공급업체간 납품가격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조선업계,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에게 자동차 강판과 후판, H형강 등의 공급가격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가 교체수요도 저조해 부품업체들에 대한 납품 물량을 거의 늘리지 않는데다가 공급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정유·화학업체는 믿었던 중국 내수 경기 둔화로 인해 주요 제품의 국제거래가격이 급락, 지난해 보다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났다.

◆소비심리 위축 더 큰 문제, 내수회복 기미 안보여
더 큰 문제는 내수 침체다. 5월 수입이 3% 가까이 줄었다는 것은 제조업의 생산활동과 더불어 소비심리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 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월호 사태 발생 직전까지 25.0%(전년동기 대비)에 달했던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사태가 발생한 4월 16~20일 기간 6.9%로 떨어지더니 5월 둘째주에는 –4.2%까지 급락했다.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도 백화점의 경우 5월 들어서 전년동기 대비 1.1%, 대형마트는 3.6%에 불과했다.

문화시설별 주말 이용 증가율 또한 영화관은 4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5월 들어 1.2%로 전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놀이공원은 –35.8%라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소상공인의 77.8%가 세월호 사고로 인해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건설·토목 현장에서 크레인을 다루는 기사 정 모(40)씨는 “일감이 없어 5월 들어 현장에 나가서 일한 날수가 3일에 불과하다. 2008~2009년때보다 일이 더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하락할 듯, 하반기 회복세 전환 어려워
6월이 기업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여름휴가 기간을 앞두고 바이어와 기 계약한 제품 물량 생산에 돌입하면서 영업 부문에서는 가을 이후 하반기 특수에 대비한 신규 공급 계약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막바지 힘을 쏟는 기간이다.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전망이 결정되는 6월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전 산업계가 불황의 바닥에 허우적 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우리 경제 전체가 큰 폭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또 다시 무너지는 기업이 나올 수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며, “정부로서도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만한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여 불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충격이 3개월 더 지속될 경우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0.3%, 경제성장률 0.1%, 일자리 7만여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금융연구원도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비심리가 작년 말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0.0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수정해 발표할 예정인데, 모두가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