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유모차 가격 거품 심하다"

2014-05-29 16:14
수입산과 국산 유모차 품질 차이 없어…수입유모차 가격은 '폭리 수준'
독점적 공식 수입업체 통한 독점적 유통구조…시장경쟁 훼손

[29일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가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유모차에 대한 가격 및 품질 비교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국내에 수입되는 해외 유모차들의 가격 거품이 ‘폭리’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소비자 요구가 높다. 특히 수입산과 국산브랜드 간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비정상적인 유모차의 유통구조가 소비자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유모차 가격 및 품질 비교’ 결과에 따르면 국산 제품인 페도라 에스9(59만원)와 카펠라 캐슬(45만8000원)이 각각 ‘구매할 가치 있음’, ‘만족’ 평가를 받는 등 200만원대 수입산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외 최고가인 미국 오르빗 베이비사 ‘G2 트래블 올인팩(215만원)’과 한국 페도라의 ‘에스9(59만원)’ 간의 가격차는 무려 156만원이다. 네덜란드 쿼니 브랜드인 ‘버즈(98만원)’의 경우는 ‘에스9’과 비교해 가격만 높을뿐 품질은 최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소비자단체들은 품질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데 수입 유모차가 더 비싼 이유로 ‘가격 거품’의 심화를 꼽는다. 소위말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업체들의 콧대가 ‘고공비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브랜드별로 독점적 공식 수입업체를 통한 독점적 유통구조가 시장경쟁을 훼손하면서 외국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최근 관세청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수입산 유모차 가격은 한 대당 2만7037원~67만9140원 에 수입되나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수입가격의 약 3.6배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가인 특정 해외 유명 제품도 수입가격은 약 62만원에 불과하나 독점적 유통구조를 거쳐 판매되는 시중가격이 150만원대(2.55배)에 달했다. 한국소비자는 ‘봉’인 셈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입 유모차는 브랜드별로 독점적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수입한 후 공급업체에 의해 백화점 등 판매 독점의 유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국내 판매가격은 시장경쟁이 아닌 마케팅 전략 등에 의해 결정돼 한국 소비자들이 외국보다 동일제품을 더 비싸게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국산 브랜드 제품들이 유모차 시장을 점령하던 때와 달리 수입 유모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가 설 곳을 잃은 구조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다.

소시모 측은 “과거 국산브랜드들이 유모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자연스러운 시장경쟁이 형성이 됐지만 수입제품이 밀려들어오면서 수입 유모차 시장이 확대됐다”면서 “현재는 과거와 달리 국산 유모차들도 수입제품과 견줄 수 있는 품질을 가지고 있어 합리적인 제품 선택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관세청 측은 “독점 및 병행수입 가격을 공개하고 국내 판매가격도 포함시켜 합리적인 가격이 이뤄지도록 시장을 유도할 것”이라며 “병행수입과 해외직접구매 등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식 제품을 인정하는 QR코드 부착과 AS망 등을 통한 수입물량 증가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수입·유통구조 시장을 방해하거나 병행수입 등 수입채널의 진입을 금지·담합하는 독점적 유통업체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선택 지원을 위해 소비자단체들로 하여금 가격·품질 비교정보 생산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관련예산을 지원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