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털고 미술품 공익화 이호재 회장 갑자기 왜?..가나문화재단 출범

2014-05-27 17:24

27일 공식 출범한 (재)가나문화재단 간담회에 (왼쪽)윤범모미술평론가, 김형국 이사장, 임옥상 이사가 재단 설립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하지말자고 했다. 현업에 있고 자선사업부터 먼저하려고 하냐. 세월이 간 다음에 하자고 했더니 개인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것 공익화하고 싶다고 하더라. 나중에는 흔들릴 것 같다면서 상속문제등도 해결하기 쉬울것 같다고 했다."

 27일 공식 출범한 (재)가나문화재단 이사로 참여한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재단에 이호재컬렉션과 가나아트 자산을 출연하는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의 심정을 이렇게 대신 밝혔다.

이날 가나문화재단이 연 기자간담회에는 이호재회장은 불참했다. 26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경매 참석해 아직 귀국하지않았다고 했다. 

재단은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일단 3억원을 재단 출연금으로 출발한다. 앞으로 소장하고 있는 근현대미술품 850여점도 재단에 내놓을 계획이다.

 윤범모 평론가는 "이 회장이 출연자는 출연만하고 운영자는 따로 둬 제대로 운영을 부탁했다"며 "공익화에 대한 진정성이 싹을 틔어서 만개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미술시장 '마이다스 손' 이호재 회장은 왜?
 

이호재 회장.

이호재 회장은 왜 갑자기, 가나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일까. 그 배경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가나아트에서 만난 이회장의 아들 이정용 가나아트 상무는 "건강상에 이상도 없다"며 "오래전부터 재단 설립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했다.

가나아트와 서울옥션을 설립한 이호재 회장은 화랑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한 인물. 오는 30일 서울옥션 주총을 거쳐 친동생인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가 서울옥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고, 첫째 아들인 이정용 가나아트 상무가 가나아트 사장으로 오른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나문화재단 설립에 따가운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 재단 출범을 놓고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작가를 후원하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밝히고 있다.  

 일단, 이 회장의 문화재단 설립은 미술시장 구조를 혁신하는 유통채널 다각화로 보인다. 그동안 이 회장은 '최초, 처음'라는 타이틀로 미술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가나문화재단 관계자의 말이 뒷받침한다. "재단법인은 큰 돈을 내 운영비 도출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운영시스템으로 수익구조를 변형시킬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수 있다"는 것.

재단은 내부운영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후원회나 기부금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재)가나문화재단 설립 배경
"상업 화랑으로 성공한 노하우와 미술 자산의 축적을 공익화하겠다"

가나문화재단 김형국 이사장은 출범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사장도 "개인의 미술자산을 공익화하는 것에 공감"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장을 지낸바 있다.

 김 이사장은 "이 회장이 환갑을 넘기면서 개인의 미술품의 공익화에 확고한 결심을 한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미술품이 시장 매커니즘으로만 평가되어온 사회적 한계 완화와 경직된 공공미술관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자본금은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첫해 예산을 3억~5억으로 잡고 있다"면서 "이 회장은 (필요하다면)서울옥션의 주식을 재단으로 넘기고 싶다는 의견도 보였다"고 말했다.

재단은 3년간 계획을 세워 가나현대미술관(가칭)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유명 화상이 만든 프랑스 매그 미술관과 스위스 바젤 바이엘라 미술관처럼 화랑이 공공미술관으로 만들어진 전례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가나문화재단 사업계획
 재단은 앞으로 프랑스 파리 시테 데자르(연 5건)와 국내 장흥 아틀리에(연 2건)에서 레지던시를 맡으면 그동안 운영과는 달리 해당 작가들에게 임대료와 관리비를 무상 지원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작가들중에는 값이 많이 나가는 작가는 문제가 없지만, 무명작가는 작품을 여러점을 내야하는 갚아야 하는 불합리가 있었다"며 "재단소속이 되면 관리비를 재단에서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가나아트의 아틀리에는 총 70여 곳으로, 그동안은 작가들에게 주로 임대료와 관리비 대신 작품을 받아왔다.

재단 주최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상업 화랑이 담당하기에는 시장성이 약하고 공공미술관이 하기에는 정체가 정립되지 않은 대목이 있다"며 "월북 작가 등의 미공개 미술자료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이사인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미술사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전시나 여러 사업에 관심을 갖겠다"며 "월북 화가 등 미술계에서 아직 조명을 받지 못한 작품 등을 질서화하고 미술사를 새롭게 정리할 수 있는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단은 앞서 지난 2월14일 서울시에서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3월31일 기획재정부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유명 화가와 정병국 국회의원등이 참여한 이사 구성은 이호재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후문.

이사장을 맡은 김형국 이사장은 "이회장 집하고 지근거리에 있다. 개 데리고 만난 이웃"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다.

■ 가나문화재단 조직
▶이사장=김형국 ▶이사= 고영훈(화가), 박영남(화가), 윤범모(미술평론가), 이호재(가나아트센터회장), 임옥상(조형예술가), 정병국(국회의원), ▶감사=배동만(제일기획 고문), 송인선(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