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의 E끌림] 베드신 없인 신인여배우도 없다… '그녀들의 아쉬운 출발'
2014-05-30 14:52
'은교'(2012)는 얼굴 한 번 알려진 적 없었던 '생짜' 신인 김고은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다. '은교'에서 17세 여고생으로 분한 김고은은 70세 노인 이적요(박해일)와 파격적 정사신을 펼쳤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연기력보다 노출이라는 타이틀을 먼저 달아버린 게 문제였을까? 김고은은 '은교'에서의 노출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연기 공부를 한 뒤 '몬스터'(2014)를 통해 복수를 꿈꾸는 미친 여자로 2년 만에 돌아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중에게서 박해일과 은밀한 사랑을 나눴던 여고생 한은교를 잊게 했고, 차기작 '협녀: 칼의 기억' '코인로커걸'의 새로운 캐릭터까지 꿰차며 '노출' 수식어를 떼고 배우로 거듭났다. 한마디로 노출이라는 디딤돌을 잘 이용한 운 좋은 케이스다.
가장 먼저 도전한 건 서은아였다. '짓'에서 거부할 수 없는 팜므파탈로 등장한 서은아는 농익은 베드신을 보였다. 덕분에 2013년 5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 여자배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가시'에서 체육교사 준기(장혁)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겁없는 여고생 영은 역을 맡은 조보아는 10m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와이어 촬영까지 감행하며 열심히 촬영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눈에 띈 것은 강도 높은 베드신이었다. 조보아는 눈빛부터 몸짓까지 섹시미를 과시했고, 특히 "지퍼 안 올라가요"라는 자극적 대사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인의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노출, 무조건 선택했어야만 했던 것일까? 신인 여배우들의 노출이라는 과감한 선택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주목받는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좋은 기회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엔 '노출 여배우'라는 꼬리표 떼기가 숙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풋풋한 연기력과 신인이라는 신선함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출을 관심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신인 여배우들의 도전은 계속돼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한 번의 베드신이 연기 인생을 좌우할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자칫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출발일 뿐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제2의 은교'는 연기력으로 평가받기보다 외적 이미지로만 주목받기 십상이므로 갈 길이 먼 신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