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국감정평가협회 서동기 회장 “담보 필수평가제 및 제3감독기관 설립” 제안

2014-05-27 16:23
"실거래가 기반 공시, 표준지 공시 개략평가 도입 반대"
“일부 잘못 침소봉대, 감정원의 감독·영리기능 동시 수행 불가”

한국감정평가협회 서동기 회장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감정평가에 한 가지 답이 있다면 감정평가사는 무의미한 직업이다. 감정평가사가 공정성이 수반돼야 하는 특수한 자격인 이유다."

지난 3월7일 한국감정평가협회장으로 취임한 서동기 회장을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협회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첫머리에서 감정평가사의 덕목을 언급하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1987년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감정평가 업무 전반에 참여하면서 공정한 보상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한 결과다.

그는 감정평가사 수에 비해 축소되고 있는 시장 상황과 정부가 한국감정원으로 타당성 조사권 등 공적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업계와의 갈등 등을 봉합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돼 어깨가 무겁다.   

특히 서종대 원장이 그와 같은 시기 나란히 감정원장에 취임, 공적기능 강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면서 협회와 감정원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 서 회장은 담보필수평가제와 제3의 감독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금융기관이 담보 대출을 할 때 의무적으로 전문 감정평가사의 감정을 받도록하고, 감정평가 업무를 배제하고 순수 공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감독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시업무 비전문영역 이관, 공정성 저해”

2008년 회장을 역임하고 올 3월 7일 두 번째 회장으로 취임한 서 회장은 “현안이나 업무량이 몇 배나 더 많아져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감정평가 업계는 최근 전문자격사간 무한 생존경쟁 도래 및 시장 환경 변화,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부감법) 개정 문제 등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협회에 따르면 감정평가사 수는 2009년 2800여명에서 지난해 3400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감정평가 수수료(순수수료 기준)는 1억9953만원에서 1억7499만원으로 감소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감정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반 부동산 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을 현안으로 들며 “단순히 예산절약차원에서 전문가 영역인 공시제도를 비전문가로 돌린다면 사회안전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거래가에 따른 공시가 상승과 관련 “임대 과세 사례에서 보듯 실거래가에 근접한 공시가는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가변동률이 적은 표준지에 대해서는 개략평가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개략평가는 표준지간 형평성 문제 뿐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고 명백한 법률위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매년 약 1000명의 감정평가사를 통해 표준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게 예산 낭비로 판단, 지가변동률이 적은 35% 정도의 표준지에 대해서는 지가변동 통계를 갖고 개략평가를 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대안으로 “토지의 경우 가격변동폭이 크지 않다"며 "월 단위로 시행하는 지가변동률 조사를 분기별로 한다면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 회장은 금융부실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담보 필수평가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은행 등 금융업계는 대출 시 자체 담보 평가만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감정평가를 의무로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은행들은 금융부실을 계기로 대출액을 기준으로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담보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를 거치도록 규정했다”며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전체 담보평가 약 2800만 건 중 75%가 자체평가”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평가협회 서동기 회장

◆“감정원 선수·심판 역할 특혜, 제3기관 필요”

최근 ‘한남 더 힐’을 계기로 부실 감정평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에 대해 그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라야 하고 협회에서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약 45만건 이상의 감정평가가 이뤄졌는데 징계는 52건에 그쳤다”며 “일부 잘못된 사례를 가지고 업계 전체에 부실감정이 만연한 것으로 침소봉대 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타당성 조사 등 감독 기능의 감정원 이관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토부는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협회에 위탁하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감정원으로 이관한 바 있다. 한남 더 힐의 경우도 현재 감정원이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서 회장은 감정원에 대한 타당성 조사권 부여와 관련해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는 엄청난 특혜”라며 “감정평가를 계속 하려면 민영화해서 공정경쟁을 하든가 아니면 감정평가 및 유사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안으로 “감정평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반을 관리하는 독립된 비영리 지도감독기관인 부동산감독원(가칭)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했다.

앞서 협회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용역을 통해 직접 규제를 통한 감정평가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같은 제3의 독립 관리·감독기관 개설이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부동산감독원의 역할에 대해 “감독자와 심판, 부동산 약자에 대한 보호자 역할을 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실시간 체크하고 시장불안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