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건설사 리츠설립을 둘러싼 논란

2014-05-26 16:27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계 최초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AMC(자산관리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선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유부동산 처분에 따른 장부상 재무구조 개선이 주 목적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밝힌 리츠AMC 설립 이유는 보유 부동산의 개발 및 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함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보유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만 장부가액 기준 1조3655억원(재고자산 포함)으로, 업계에서도 땅부자로 꼽힌다. 여기에 복합쇼핑몰 '현대아이파크몰'과 호텔업을 영위하는 '호텔아이파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부동산 개발·운용에 따른 수익구조를 만들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리츠설립AMC 설립의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리츠AMC의 경우 자본금 70억원에 관련 인력 5명만 있으면 설립 요건을 충족, 오너의 의사결정만 나면 설립은 시간문제다.  

현대산업개발의 리츠AMC 설립 계획을 놓고 업계에서 삐딱한 얘기가 나오는 데도 나름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총 자산 5조2771억원 중 자본은 2조2778억원, 부채는 2조999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31.6%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479억원에 이른다.

보유 부동산을 새로 설립한 리츠AMC에 넘기면 판매대금이 현금으로 유입되는 등 회계상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이 회사는 최근 금융당국의 재무구조 약정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미봉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리츠 전문가는 "리츠 운용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실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왕 활 시위가 당겨진 것이라면 관건은 활이 과녁을 맞추는 것이다. 그 과녁이 현대산업개발이 내세운 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