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내 한국인 2세 몇 년 동안 3배 늘어 3만명, 사각지대 놓여

2014-05-26 13:09
“한국인, 성적 착취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필리핀 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한국인 2세(토피노)들이 최근 몇 년 동안 3배나 늘어 3만명이나 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코피노가 급증하고 있지만 양국 정부의 외면 등으로 이들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는 것.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 자료를 인용해 “지난 5년 새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코피노의 수도 과거 1만명 수준에서 불과 몇 년 만에 3만명으로 늘었다”며 “코피노 수는 3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 한국이나 필리핀 정부의 뚜렷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보건부ㆍ외교부는 코피노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 법무부는 한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부모와 조부모를 둔 외국인에게 근로·거주 비자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코피노는 아버지의 신원을 모르거나 신원을 알아도 아버지가 여전히 한국 국적자라서 이런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피노의 한국인 아버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필리핀을 찾은 학생, 한국에 가정이 있는 사업가나 여행자 등이다. 코피노는 태어나면 경제적 지원은 커녕 아버지와 연락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피노인 돈 델라디아(20)는 WSJ에 “아버지와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아버지의 이름 빼고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부터 코피노에게 보금자리와 학교를 제공하고 있는 '코피노 어린이협회'의 손범식 대표는 “아이들이 반드시 생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아이들이 공부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아이들이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난한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혼혈인 코피노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우려했다.

이현숙 아동성착취반대협회 대표는 WSJ에 “한국인들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성적으로 착취당한 피해자라고 불평했으면서 한국이 경제선진국이 된 이후에는 필리핀에서 가해자로 변모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