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글로벌 헬스케어 포럼]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 "잘못된 건강보험 탓에 세월호 몇 척씩 침몰 중"
2014-05-22 15:09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오찬강연에서 "정부의 저수가 정책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 통계 지표를 보면 매우 우수하고, 외래 진료·수술 대기가 짧고 아무 때나 의사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의료 편리성과 접근성이 좋다"면서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서비스 만족도에서 대한민국이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고 중증외상환자 사망률도 미국과 일본에 각각 7배, 3배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높은 의료비 부담을 꼽았다.
GDP 의료비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개인의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로 인해 가정의 재정이 파탄나는 것을 의미하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1위, 의료비 자가 부담률이 5위"라며 "선진국은 의료비에 대한 국가 보전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이 많은 구조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산다는 것은 팽팽한 로프 위를 위태롭게 걷다가 어느날 갑자기 위중한 질병에 걸리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면서 "떨어질 때를 대비해 누군가 안전그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개인과 사회공동체 가운데 누가 그 안전그물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회보험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밀어붙인 '오바마케어'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는데 오히려 그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위해,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의료비를 더 부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그런 공감 없이 시작했다"면서 "결국 적게 걷고 적게 지급하는 반쪽짜리 건강보험이 탄생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렇게 저부담·저보장·저수가 제도가 시작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저수가 정책 탓에 의료기관이 손실을 메우기 위한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전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는 정상적인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이를 메우기 위해 의료기관들이 편법을 쓰고 있다"면서 "지난 몇 년간 신생아 중환자실 수 백 병상 없어졌고, 한 번 쓰고 버려야할 의료기구가 재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1977년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의약분업, 리베이트쌍벌제 등만 규제하면서 약 할증, 지정진료비 확대, 비보험 의료 가속화 등 편법과 불법만 팽배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지금은 의료 서비스가 좋은 나라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하지 못한다"면서 "지난 27년간 손질되지 않았던 건강보험제도를 바꿔야할 때"라고 주문했다.
한편,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와 영리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노 전 회장은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원격진료를 정확히 말하는 핸드폰이나 컴퓨터 채팅을 통한 진료를 허용하는 것인데 지난 2000년 5명의 의사가 원격진료를 시행, 이틀간 무려 13만명이나 진료했다"면서 "무조건 많은 사람을 진료해 의료의 질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글의 스마트 렌즈를 통해 눈물을 당수치를 체크해 위험수치에 도달하면 경고하는 것이 진짜 필요하고 추진해야할 원격진료이다"고 강조했다.
영리법인 설립에 대해선 "영리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 데 아직 대한민국은 부족하다"면서 "우선 건강보험제도를 고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