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지방세 폭탄으로 기업 연 9500억원 추가 부담
2014-05-18 14:35
기업부담 고려없는 개정 지방세법 통과, 경제활성화에도 찬물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A사는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 11억원(국세 10억원·지방세 1억원)을 국내 법인세(국세) 및 지방법인세에서 공제받아왔다. 이미 해당국가에 납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 지방세법이 이를 공제해주지 않으면서 이제 11억원중 지방법인세에 해당하는 1억원을 국내에서도 부담하게 되었다.
A사는 “외국납부세액공제는 기업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외국에서 부담한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제외하는 단순계산과정일 뿐이며,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B사도 작년 공정자동화 시설에 3000억원을 투자해 지방법인세 9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그해 실적부진으로 공제받을 세금 자체가 없게 되자 이를 올해 공제받기로 했다. 그러나 작년말 지방세법 개정으로 법인에 대한 이월세액공제가 사라지면서 9억원 공제는 없던 일이 되었다.
지난해말 지방세 관련법 개정으로 법인지방소득세 공제·감면이 전면 배제됨에 따라 A·B사를 비롯한 기업이 부담을 져야 할 세금이 연 9500억원 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개정 지방세법은 공제·감면 관련 사항을 지방세특례제한법(이하 ‘지특법’)에 규정하도록 하였는데, 개정 지특법은 모든 공제·감면의 대상을 ‘개인’으로만 한정, ‘법인’에 대한 공제·감면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사에 영향을 받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조치가 기업 전체에 큰 부담을 지운다고 생각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응답기업의 33.6%가 ‘2013년 세법개정안’ 통과에 따른 법인세 추가부담보다 ‘더욱 부담된다’, 54.5%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2013년 주요 세법개정 항목이 주는 부담(7758억원)보다 이번 공제·감면 배제의 부담(9500억원)이 더 크다. 당장 올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9500억원은 지난해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 4조5000억원의 21%에 달한다.
이처럼 기업부담이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응답업체의 91.4%는 작년 12월말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응답업체의 절반인 49.6%가 지방세법 개정 사실을 ‘몰랐다’고 했으며, 41.8%는 ‘개정 직전·직후에야 알게 됐다’고 답했다. ‘개정 논의과정 중에 인지했다’고 답한 기업은 3.7%에 불과했다.
전경련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국세의 경우에는 공제항목을 정비할 때 아무리 피해를 보는 기업수가 적더라도 1년여의 논의과정을 거친다”면서, “반면 이번 개정안은 발의 1달여 만에 통과되어 뒤늦게 소식을 접한 기업들이 자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응답기업(268개사)의 87.7%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증세’라는 의견에 공감하였으며, 법인지방소득세 공제·감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으로는 ‘이월세액공제(29.7%)’, ‘외국납부세액공제(29.6%)’,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27.7%)’ 등을 꼽았다.
홍 팀장은 “이번 공제·감면 축소가 현 정부의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히고, “더욱이 이번 조치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외국기업들이 이를 정책리스크 사례로 받아들이고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경련은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내국법인에 대해서도 지특법상 공제·감면을 허용해줄 것을 안전행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기업 부담이 일시에 증가한다고 강조하고, 이는 기업경영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집중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