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11)] 우루무치 "아름다운 목장에서 유라시아 허브로"
2014-05-14 07:00
고대에 신장은 서역이라고 불리는 실크로드 중심지였다. 이곳엔 한때 위구르 제국이 번성하고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청나라 건륭제 때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해 진압, 청의 영토로 편입하면서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우루무치를 신장의 수도로 정하고 도시명을 이민족을 바르게 이끌고 교화하겠다는 뜻을 담아 적화(適化)로 개명했다. 적화라는 말 자체에 위구르인을 멸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위구르인의 반중 감정은 이때부터 싹 트기 시작했다.
신장은 1933년, 1944년 두 차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수립했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결국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에 병합돼 1955년 신장위구르자치구가 되었고, 이후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위구르족은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는 전혀 다른 정체성과 문화, 언어 등을 유지해 왔다.
중국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석유 천연가스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신장 지역을 안정 개발시킨다는 명목 아래 중국 당국은 독특한 공동체 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을 만들어 대규모 한족 이주를 강행했다. 한족은 신장 지역 개발을 통해 현지 지역경제를 장악했지만 위구르족은 개발에서 소외되며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도시 우루무치는 바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발 정책 지원 아래 현대화 도시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서부대개발 정책과 함께 유라시아 허브 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우루무치는 본래 위구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루무치에는 전원 분위기 물씬 풍기는 목장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에는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하고 곳곳에서 낙후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 빌딩을 짓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고가도로가 쭉쭉 뻗어있으며 오는 2020년 1,2호선 개통을 목표로 지하철 공사도 진행 중이다. 우루무치는 현재 한족 인구 비중이 75.5%에 달할 정도로 한족이 만들어낸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내 간판에 중국 푸퉁화와 함께 병기돼 있는 위구르어, 도심의 바자르국제시장, 곳곳의 이슬람 양식 건축물에서 그나마 이곳이 신장위구르자치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중국은 우루무치를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서부의 핵심도시이자 중서 아시아 국제무역의 중심도시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GDP는 2020년까지 4200억 위안으로 끌어올리고 인구도 5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디워푸 국제공항은 유라시아 허브로 발전하려는 우루무치의 야심을 잘 보여준다. 총 3개 터미널로 구성된 공항은 15개 국가와 23개 해외 도시, 55개 중국 국내도시와 노선이 개통돼 있다. 지난 해 연간 여객 운송인원은 1535만명에 달했으며, 하루 평균 이착륙 비행기 수는 462대에 달해 중국 공항 중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루무치는 2020년까지 공항 터미널을 더 증설하고 제2공항 건설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루무치 시내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5㎞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루무치 경제개발구에서는 우루무치 경제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05년 중국 정부가 세금감면과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치에 나서면서 TCL, 싼이중공업, 둥펑자동차, 진펑과기 등의 중국 내 굵직한 기업을 비롯해 총 38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기준 경제기술개발구 경제규모는 3년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난 410억 위안에 달했다. 우리나라 한화그룹도 지난 1996년 우루무치에 한화염호공장을 세우며 한국 대기업 중 최초로 우루무치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