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중독’ 치유받고 싶은 남녀의 지독한 중독

2014-05-12 15:45

[사진=영화 '인간중독'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베트남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일찍 대령을 단 김진평(송승헌) 교육대장은 남편을 장군을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아내 이숙진(조여정)과 군 관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끔 환상을 보면서 갑갑한 일상에 연신 담배를 태우던 김진평은 새로 전입한 부관 경우진(온주완) 대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을 보자마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곧 스캔들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다.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제작 아이언팩키지)은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인 ‘방자전’ ‘음란서생’에 이어 계급사회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상명하복으로 점철되는 군 사회에서 김진평 대령은 부대의 에이스로 통한다. 육군 중장인 장인어른(정원중)과 아내 이숙진이 만들어낸 것과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냥 조용히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진=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이숙진은 부대 내 장교 와이프들 사이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한다. 군대에서 남편의 계급을 아내가 그대로 따라가는 문화를 잘 묘사했다. 계급이 낮은 장교들의 부인들은 김진평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대접하면서 잘보이려고 노력한다.

가만히만 있으면 머리와 어깨에 별을 달 수 있는 상황에서 김진평 대령은 화교 출신 종가흔을 만나면서 혼란에 빠진다.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하면서도 지독한 상사병에 걸린 김진평 대령은 종가흔을 따로 만나기에 이른다.

종가흔 역시 무늬뿐인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김진평 대령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지내오다 결혼한 경우진은 그냥 같이 사는 사람이다. 김진평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김진평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종가흔은 김진평을 만나지 않기로 결정하지만 쉽지가 않다.
 

[사진=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인간중독’은 불륜을 소재로, 인간의 사랑의 궁극을 묘사했다는 평이다.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과 살고 있던 기혼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쫓아 불나방처럼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두 사람의 상황은 이를 이해하게 만든다.

송승헌의 파격 노출신도 볼거리 중 하나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육군 대령의 감정선도 잘 표현했다. 조각 몸매에 고위 장교의 정복은 송승헌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진=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신인 임지연은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전망이다. 영화 속에서 임지연이 구사하는 중국어는 그의 국적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첫 작품에서 노출을 감행,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조여정과 온주완의 연기 역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조여정은 영화 배경 당시 의상과 화장, 소품을 적절히 매칭해 시대감을 높였으며 온주완은 ‘더 파이브’에 이어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청소년관람불가로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