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쓴 ‘에크모’는? 망가진 심장·폐 대신하는 장비
2014-05-11 15:26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급성심근경색으로 심폐소생술과 시술을 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시술을 받고 있는 ‘에크모’는 망가진 심장과 폐의 기능을 되살려주는 구호 장비로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인공심장’으로 불린다.
정확한 명칭이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or)라 불리는 에크모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생명 유지에 위협을 받는 질병이나 외상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정맥에서 혈액 속 노패물을 체외로 빼내고 산소가 풍부한 동맥혈로 바꿔서 다시 환자의 정맥이나 동맥으로 주입해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다.
가슴을 열지 않고도 대퇴동정맥, 경정맥 등에 카테터를 삽입해 즉시 가동할 수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장비다.
장비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응급상황 발생 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등 전문 의료진의 발빠른 대처 여부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소생되지 않는 환자에게 에크모를 사용할 경우 심장질환이 발생한 원인이 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의료진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심한 흉통과 호흡곤란으로 실신한 상태에서 단국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응급환자로 실려온 50대 여성환자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고 흉부외과 류재욱 교수팀으로부터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았다.
수술 전 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은 심각하게 저하돼 있었고, 호흡곤란이 너무 심해 누울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즉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환자가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소진된 상태로, 흉부외과 의료진은 심장혈관내과 의료진과 상의 후 수술 전에 에크모 거치술을 시행하고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무사히 마쳤다. 수술 후 환자는 심장기능이 점차 회복되어 8일째는 에크모를 제거했으며, 환자는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이 환자처럼 생사의 순간에 에크모 거치술을 받아 생명을 살린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단국대병원 에크모 전담팀의 경우 지난 2월 에크모 거치술을 통해 우리나라 평균 심장질환 응급환자 생존율 25~30%보다 높은 41%의 생존율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 50분께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11일 0시 20분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겼다. 이 회장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돼 혈관을 넓혀 주는 스텐트(Stent) 시술 등을 받은 뒤 에크모 거치술을 통해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심장 시술을 받고 현재 안정을 찾았으며, 회복 중”이라며, 에크모도 곧 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