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JTBC 홍보수단으로 변해버린 '썰전'…'독한 혀'가 그립다

2014-05-02 11:06

썰전 김혜은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독한 혀'를 자처하던 '썰전'의 혀가 무뎌지고 있다. 비평프로그램의 자세를 갖추고 있던 '썰전'은 JTBC 홍보수단의 일부로 변질해있었다.

1일 방송된 JTBC '썰전-예능심판자'의 '썰전 인물 실록'에는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서 서영우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혜은이 출연했다.

이날 '썰전'에서 김혜은은 '밀회'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변기신이 임팩트가 있었다"는 박지윤의 말에 "대본에 변기신이 나왔다. 나는 (심혜진이) 정수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뒤채를 휘어잡아 놀랐다"고 답했다. "뒤채를 잡으니까 원래 대사가 없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미친 거 아니야?'라는 애드리브가 나왔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혜원을 향해 마작을 던지는 장면에 대해서는 "실제로 김희애를 향해 마작을 던졌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것이 편하다"는 뒷 이야기도 털어놨다.

'썰전'은 김혜은을 배우의 관점에서 "센 캐릭터가 어울린다"고 분석하는 등 비판 아닌 설명만 늘어놓았다. '김혜은'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밀회'와 엮어 음악계 비리로 짚고 넘어갔다.

단순히 '밀회' 시청자와 출연자의 만남, 그리고 이를 통한 홍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상파 3사의 기존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비슷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그동안 '썰전'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속에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1부 '독한 혀들의 전쟁'은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정치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며 자신들의 의견과 비평을 쏟아냈다.

이날도 세월호와 관련된 의혹과 풀리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의 대책 방안에 대해 다루며 대화를 이어갔다. 세월호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던 MC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애꿎은 대본을 만지작거리고 한숨을 내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예능심판자'에서는 '썰전'을 비평프로그램이 아닌 단순한 예능프로그램, 더 나가서는 JTBC 홍보수단의 하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JTBC의 주력 드라마인 '밀회'에 날개를 달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썰전'이 가벼운 오락 위주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심층적인 분석과 심도 있는 해석, 속 시원한 발언이 필요하다. 무뎌진 칼을 날카롭게 갈아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