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복원' 숭례문이 '복구 잘된 문화재 모델' 평을 받은 이유

2014-05-02 10:27

숭례문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숭례문을 복원한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총체적 문화재 부실 복원' 사례로 꼽힌 숭례문은 단청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과 감사원에서 확인한 숭례문에서 이렇다 할 만한 비리나 부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5월4일 복구를 알린 숭례문은 그해 10월18일 단청이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숭례문 목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기둥이 갈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는가 하면 전통방식에 따라 제작했다는 기와 또한 겨울에는 동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일부 언론이 숭례문뿐 아니라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자격증이 광범위하게 대여된다든가 석굴암과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또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원전비리에 준한다는 지탄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자살 소식까지 들렸다. 지난 1월18일 청주 충북대학 한 학과재료실에서 교수 박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수첩에는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박 교수는 2011년 문제의 숭례문 목재 보고서를 제출한 산학협력단장이었다.

자살 직전 박씨는 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박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변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숭례문은 단청이 벗겨진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한 비리나 부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동파된다는 기와는 멀쩡히 겨울을 넘겼고 목재 갈라짐도 전통 목조건축에서는 항용 있을 수 있는 현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숭례문 복구와 관련한 공무원 혹은 관련 업체의 비리는 어느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숭례문 복구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이번 경찰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숭례문은 역설적으로 사상 유례없이 복구가 잘된 문화재의 모델임을 확인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반면 숭례문 밖에서는 문화재 분야의 고질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화재 수리자격증 대여 문제는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드러나 문화재청에서 개선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광화문과 경복궁 소주방 복원 사업과 관련한 수사 결과 경찰은 이른바 '나무 바꿔치기'가 있었고 공무원이나 공사 자문위원들의 뇌물 수수가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화재청 공무원 6명은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으며 문화재위원들이 포함된 자문위원단에서 회의비를 이중으로 수령했다.

총체적 문화재 부실의 보기로 거론된 숭례문 복구 사업은 단청 훼손 외에는 이렇다 할 흠결이 없다.  다른 분야에서는 고질적인 병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요란했던 것만큼 총체적으로 썩은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