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옛친구 “북한 핵실험 강행할 것, 중국도 못 막아’

2014-05-01 12:28
북한 외교전술 탁월, 독자생존 능력 갖춰, 중국 영향력도 한계

추이잉주 소장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추이잉주(崔應九) 베이징대학 조선문화연구소 명예소장(77)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단언했다. 추이 소장은 조선족으로서 40년 이상 북한문제를 연구해온 중국내 대표적인 석학이다.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했으며, 베이징대 조선어과 교수로 재직했었다. 그는 김정일 전 위원장의 오래된 친구로도 유명하다. 

1일 베이징에서 만난 추이 소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노력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종목표는 핵무기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남북대화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문제를 풀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탄두경량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연구 등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추이명예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학자, 관료들을 만나보면 탄도미사일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탄두경량화 기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며 “북한은 미국에게 핵탄두 경량화 기술이 완성되어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북억지력 한계 뚜렷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압박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추이 소장의 전망이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만큼 분명히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북한은 중국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북한은 그 어느 국가도 의지하지 않는 '주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추이 소장은 1961년 김정일 전 위원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당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중이던 추이 소장은 김일성대학 경제학과 학생이었던 김정일 전 위원장과 자주 대화하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당시 그에게 “수령님(김일성 전 주석)께서는 항상 소련도, 중국도 믿어서는 안되며 믿을 것은 우리 스스로의 역량밖에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고 한다. 추이 소장이 그동안 연구해온 북한의 외교나 정치 역시 타국에 의지하기 보다는 자신들에 의존하는 '주체적인' 경향이 크다고 한다.

두번째 근거는 북한은 국제정세를 너무도 잘 알고, 이를 잘 이용해 왔다는 점. 추이 소장은 “북한은 과거 중소분쟁의 틈바구니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 낸 경험이 있으며, 이 경험은 고스란히 축적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면서 “현재도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동아시아 세력경쟁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동북아정세 핵심 꿰뚫고 있어"

그의 설명은 이렇다. 미국이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압력을 넣어 핵개발을 좌절시키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북한이 중국의 압박으로 고초를 겪는다면 도리어 북한은 전향적으로 미국쪽으로 돌아설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자신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미국으로서는 큰 정치적 성과다. 중국에 등을 돌린 북한이 미국과 우호관계를 맺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끔찍한 악몽이다.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이 중국으로 멀어지기에 중국의 압박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이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현재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핵문제가 아닌 한국의 중국과의 밀착"이라며 "한중관계의 급진전을 막기 위해 미국은 양국관계의 아킬레스건인 북한문제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예를들어 한미 양국이 북한상륙과 평양침공을 전제로 한 군사훈련을 벌인다면 북한이 극렬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남북관계를 더욱 급랭시킨다. 남북관계 급랭은 한국으로 하여금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며,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중국에 대한 친밀도를 약화시킨다. 남북관계 급랭은 또한 북한의 내부단속에 호재로 작용한다. 

추이 소장은 "북한은 이같은 동북아정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중국이 자신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한 압박을 하지 못할 것을 가정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북한 핵실험 저지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북한 핵실험 시기조절할 것

다만 그는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할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이 더이상 북한을 위협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추이 소장은 "미국의 압박이 극도로 강해질 때에야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강행할 필요가 생기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더욱 강화된 만큼 미국으로서는 강도높은 군사훈련의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현재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일본, 러시아와의 협상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다. 북한의 핵실험은 주변 강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만큼, 핵실험으로 경제회복세를 꺾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 대목에서 추이 소장은 "김정은 정권은 예상외로 빨리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가 접촉하고 있는 북한 관료들로부터 "최근 20년내 현재 북한 경제가 가장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식량사정도 좋아지고, 주택공급이 늘었으며, 자동차 운행대수도 증가했고, 새로 개업하는 식당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추이 소장이 보유한 휴민트들의 반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도급생산제가 효과를 보고 있으며, 북한은 동남아로부터 쌀을 수입하고, 이란 러시아 등지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등 부쩍 경제의 활력이 증가했다는 것. 그는 "요즘 북한은 미국이 손을 내밀면 더 좋고 그러지 않아도 자기 손으로 안보와 경제 두 가지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김정은 연내방중 힘들 듯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시기에 대해 묻자, 추이 소장으로부터 "올해내에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김정은제1위원장의 방중의제는 경제문제도 아닌 핵문제일 수 밖에 없다"며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는 시점에서 북중 지도자간 협의할 사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미국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고 있는 한 미국의 참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또한 그는 "북한은 주체를 앞세우고 있기에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급히 추진할 수요가 없어 보인다"라면서 "올해 내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은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정일, 소통에 능한 지도자였다"

그가 김일성대학 조선어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1961년이다. 그해 어느날 누군가가 기숙사 방문을 열어젖히고는 "중국에서 동포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가 바로 김정일 전 위원장이었다. 그때부터 추이 소장의 김정일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김정일 전 위원장은 소탈하고 쾌활하며 매력적인 남성이었다"면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며, 남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은 나이로 치면 나보다 5살 아래였지만 국제관계 문제랄지, 문화에 대한 식견은 나보다도 뛰어나 내가 많이 배웠었다"고 소개했다.

추이 전 교수는 김 위원장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부친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느냐고 물으니 '수령님께서 소련의 경제학이 날 돕지 못하니 네가 가서 공부를 잘하라고 하셨다'고 답하더라"며 "당시만 해도 소련의 경제학은 사회주의권에서 '바이블'로 통하던 시기였기에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