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불시 인사’ 속뜻과 뒷얘기
2014-05-01 10:06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4월 30일 오전 삼성 서초 사옥 앞 삼성그룹사 사장단 40여 명이 버스를 타고 세월호 합동분향소로 출발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삼성그룹 기자실에는 이인용 사장이 내려와 자신을 포함한 미래전략실 인사 이동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구두로 빠르게 읽어내려간 터라 다수 기자들이 받아 적지 못해 당혹해 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인사에다 특히 사장급 인사를 이처럼 구두로 훑듯이 발표한 사례는 지금껏 재계를 통틀어도 드물었다.
삼성그룹은 기자들의 항의성 요청이 있고 나서야 뒤늦게 명단을 정리해 제공했다. 왜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이날 인사발표가 없었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중역들의 세월호 희생자 조문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을 것이다.
이는 요즘 위축된 재계 일면을 비추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태는 선주인 청해진해운의 관리 부실과 전신인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 일가의 비리 추적까지 이어지며 그 여파가 재벌 비판 여론, 정부의 규제강화 등 재계로 번지고 있다.
실제 과거에도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홍보 등 컨트롤타워가 개편된 사례는 대부분 대외 이슈들과 연관이 있었다. 2008년 삼성 특검 과정에서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고, 2011년에는 삼성테크윈 부정 사건 후 경영진단팀 등의 인사조정이 이뤄진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그룹 인사가 삼성전자로 내려간 것은 좌천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인용 사장과 정금용 부사장, 김상균 사장, 육현표 사장 등이 모두 함께 전자로 이동을 했으며 특히 육현표 사장의 경우 부사장에서 승진된 것으로 문책성 인사 가능성을 지운다.
이인용 사장과 정금용 부사장 등은 모두 2000년대 중후반 삼성 특검 등 세파를 거치면서도 삼성전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했었다. 이들은 다시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각종 현안을 해결할 중임을 맡게 됐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삼성전자 각 팀장에 사장급 인사가 배치된 반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각 팀장에는 전무급, 부사장급으로 직급이 낮아진 계열사와 그룹간 직급 역전현상이다. 이를 두고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현안에서 그룹과 전자 홍보의 공조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이 설명한대로 사장급 전진배치로 현장을 강화하고 그룹 미래전략실은 현장지원에 충실하도록 했다는 것이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