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사업장 사고, 안전담당 직원도 “당황스러워”

2014-04-30 17:2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그렇게 주의를 했는데도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원의 부주의가 원인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고 안전교육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상북도에 소재한 대기업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 부장(50)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사업장내 분위기가 상당히 얼어붙은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벌어진 인명 피해를 동반한 안전사고가 올해 들어서는 벌써 이미 10건을 넘어서는 등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13년 삼성전자 불산 유출사고와 현대제철 직원 사망사고 등을 목격한 기업들이 구멍 뚫린 안전대책을 개선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도 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한 사업장에서만 발생하는 사고라면 그 회사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지역 안전 담당 직원들 모임에 가면 ‘오늘은 우리 회사에서, 내일은 너희 회사에서 사고가 날 것이다’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받는다”면서 “최근의 사고 사례를 보면 그동안 교육을 받아왔던 직원들이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래왔다. 이런 사고가 사업장별로 도미노 식으로 발생하니 더욱 허탈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한층 더 강화된 안전관리 방침을 세우고, 안전교육 시간을 늘리면서 대상 범위도 협력사 하도급 업체 전체로 확대했다. 또한 업무 개시에 앞서 직원들이 안전장비와 도구를 100% 착용했는지 점검하고 준비를 안 한 이들은 아예 작업장에 투입을 금지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갖가지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현장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기업 소속 크레인 기사 김 모씨(40)는 “안전한 조업을 위한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요즘은 숨이 막힐 정도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 예로 크레인의 조업 위치를 정할 때, 통상 현장 상황에 맞춰 크레인 기사들과 건설 현장 관리자들이 합의 하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설계 도면에 찍어준 위치에서만 조업을 하라고 강요받는 단다. 그 위치에 다른 자재가 쌓여 있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도 말이다. 찍어준 위치를 벗어날 수 없으니 그 주변에서 자리를 찾게 되고, 대안으로 잡은 곳에서는 크레인이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험을 안고 조업에 임하다 보니 최악의 경우 크레인이 전복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하루에 수도 없이 듣고 있고, 교육시간도 늘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명하달식이라 강압적으로 느껴지때가 많다”며, “안전 매뉴얼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현장 직원들의 상황을 100% 반영하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 현실과 맞지 않는 매뉴얼에 맞춰 일을 하려면 ‘어느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이 위축되면서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몰린다. 이럴 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렸다. 그는 “직원들이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생산라인에 가보면 너무나 강력한 안전조치 때문에 힘이 든다는 직원들의 말을 자주 듣고 있다. 관리를 맡고 있는 우리도 과도한 점검에 힘이 부칠 정도다”라면서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 자신을 위해서 안전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하지만 이 한마디가 직원들이 받는 안전 압박감을 해소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의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