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세월호참사' 대국민사과, 성난 민심 잦아들까

2014-04-29 17:05
대국민사과 시기, 방식, 수위 놓고 논란 여지 남겨…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4일만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고 예방은 물론 초동대처와 수습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보여준 혼선과 무능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좀처럼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이 대국민사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현재의 국민 비판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워온 '약속과 신뢰'가 이번 사고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부실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급락했다. 정치권에서는 6·4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참패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계기로 사회전반에 걸친 대대적 개혁과 쇄신, 즉 '국가개조'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의 성패가 이번 정부의 성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박 대통령이 가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나 취임 이후로 지속적으로 공직사회의 개혁을 주창해왔음에도 이번 사고 수습과정에서 공직사회가 부처 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무능함을 드러낸 것도 그동안 이 정부가 강조해 온 개혁 드라이브를 무색케 한다는 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깊은 고심이 불가피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이 업계유착 등 고질적 집단주의에 대한 근절의지와 공직사회 개혁에 대해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직사회에 대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민관유착, 공직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특히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앞으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개혁 회오리'가 일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시기, 방식, 수위 등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3일이 넘도록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과 타이밍’을 놓쳐 진정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사과 방식을 놓고도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담화가 아닌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이뤄져 '직접적인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참사 수습후 대국민사과를 포함한 입장표명의 기회를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발언도 여전히 유체이탈 화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통령이 대형참사 뒤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며 사과한 것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사과는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통렬한 자기반성 대신 과거 관행과 부패 고리로 얽힌 업계와 공직사회 등을 강하게 질타하며 부처에 재발방지책을 하달하는 깨알 지시로 채워졌다.

정치권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관련,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 사죄의 뜻을 밝혔듯 새누리당도 국민에 백번이라도 사죄를 드려야 할 심정"이라고 밝혔다.

함진규 대변인은 "진심이 담긴 사과"라며 "이제는 사고 수습에 더욱더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는 "국정에 책임있는 사람들, 대통령부터 야당 정치인까지 모두가 죄인"이라면서 "새정치연합 의원 모두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절한 심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우리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왕이라도 그렇게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의장에서 한 진심을 느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국민은 결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은 실천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역시 "오늘 국민들은 사과 아닌 사과를 받아야 했다, 시기·형식·내용 모두 부적절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사고 이후 제 3자 관점에서 하부 각료들만 닦달하며 2주의 시간을 보내더니 이번에도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오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높은 장벽 뒤에 숨어 각료들 얼굴을 보고 사과 표명을 했다, 무엇이 두려워 국민 앞에 서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