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박근혜정부 위기관리시스템 ‘대수술’] <상>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박근혜정부의 신뢰 원칙
2014-04-28 14:53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대한민국 시계가 멈췄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사상 초유의 후진국형 인재이자 관재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커져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원칙이 없었다.
정부시스템에서부터 선박관리, 운항, 위기대응체계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구조에는 한없이 무기력한 대한민국 안전시스템, 사고 발생 직후 초동대처부터 허둥댔던 정부의 무능과 혼선, 공직자의 무사안일 행태, 부패의 먹이사슬로 엮여있는 정부부처와 협회의 유착, 법과 매뉴얼을 무시하고 승객을 내버려둔 채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의 뻔뻔한 살인행위, 해운회사의 탐욕과 부도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신뢰받는 정부’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정부의 원칙과 신뢰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사고발생 1주일 만에 15~20% 가까이 급락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 부실대응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안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행정안전부의 부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한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안행부의 재난 관리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각종 재난안전사고와 안전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안전정책조정회의 신설을 포함해 소방방재청이 맡아온 사회재난 기능을 안행부로 모두 이관했다.
그러나 안전정책조정회의는 지난 해 5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열렸지만 두달 뒤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올 2월 경주 리조트 참사에 이어 세월호 참사까지 잇따른 대형사고를 막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발생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고, 형식주의에 얽매여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혼선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청와대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지난 23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반박성 해명)”고 밝혔다가 '책임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안보ㆍ자연재해ㆍ인적재난ㆍ국가핵심기반을 망라하는 33개의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NSC를 비상설 기구로 바꾸고 사무처를 폐지, 군사안보 외의 재난 대응 기능은 모두 해당 부처로 내려보냈다. 박근혜정부는 사무처 부활 등 NSC를 강화하긴 했지만 군사안보 외의 재난대응 기능은 안행부와 해당 부처에 남겨뒀다.
이처럼 정권 교체시마다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을 허물고 뜯어 고치면서 오히려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부처간 엇박자를 내며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을 계기로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가 맡고 위기대응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국내의 안보 사안은 물론 각종 재난 상황까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과 함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게 맞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이번 기회에 재난에 대한 지휘·명령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행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장으로서 해수부 등 같은 서열의 부처를 컨트롤하는 데엔 한계가 있는데다 재난전문가나 실무자가 아닌 내무 관료들은 대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재난 현장을 잘 알고,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자원과 이를 어떻게 써야할지 판단할 수 있는 지휘관이 실질적인 결정권과 지휘권을 지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정부에 ‘카트리나 모멘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5년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후 수습과정에서 무능을 드러낸 부시 행정부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사회의 무능과 복지부동 등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각 등 인적쇄신을 시발로 근본적인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국가개조’ 수준으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