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벳쇼 코로 주한일본대사 단독 인터뷰

2014-04-25 06:00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벳쇼 코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는 인터뷰에 앞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로 수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은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벳쇼 대사는 "아베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께 위로전을 보냈으며, 기시다 외상도 윤병세 장관께 위로전을 발송했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 2015년은 한일국교정상화 50년을 맞이하고 해방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 계기에 일본에서는 새로운 총리담화를 발표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주한 일본대사로서 어떤 해를 만들고 싶은가.

"1965년 이후 50년이라는 세월은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그 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아주 긴밀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그 동안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고 서로가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것을 경험해왔다. 어려운 문제도 많았지만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많았고 또 실제로 많은 협력을 해왔다. 따라서 2015년은 이러한 과거 50년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50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갈 전환기가 되는 해를 만들고 싶다."

- 아베 정권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담화의 작성 경위를 검증한다고 하고 있다. 무슨 목적으로 어떤 검증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러한 작업이 사실상 고노담화의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베 총리 스스로가 무라야마 담화를 비롯한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고노담화에 대해서도 아베 내각에서는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언급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쓰라린 경험을 당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총리 스스로가 표명했다. 검증을 한다해도 결과적으로 담화를 수정할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총리도 말씀했기 때문에 틀림없다. 다만 검증이라는 것은 일본 국내에서 고노담화의 작성 경위, 한국과 어떤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돼 이에 답변을 하기 위한 것이다."

- 일본에서는 혐한이 대두되고 한국을 비판하는 서적이 잘 팔린다고 한다. 당초 한류를 수용한 일본사회의 모습과 모순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사로 취임해 1년반이 지났으나 한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각각 상대국에 대한 실상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관련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한국에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 직접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도 일본에 가서 새롭게 알게 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 한국을 봤을 때 '반일 일색'인 나라라고 느끼고 있는 일본인도 많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일본이 '혐한 일색'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일부 과격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베 총리도 일부 나라와 민족을 배제하려는 언동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일본의 미덕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직접 상대국에 가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라는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을 왕래한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은 교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일본 정부로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다."

- 북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덴데 어떤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은 최근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일본,미국의 3자 협력,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미일 정상은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안전보장에 대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외교와 국방 관계자들은 실무적인 접촉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순방하고 있는데, 이 계기에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확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안전보장 협력은 아직 굳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이산가족과 납치문제라는 인도적 문제도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은 TPP교섭을 위한 사전협의를 가졌다. 한국의 TPP가입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TPP는 일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TPP는 다이나믹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새로운 경제 통합, 그리고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나가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이 참가 의욕을 표명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섭 과정이 어려워질 국면을 맞이하게 될 수 있으나 TPP 교섭의 성과가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

- 한국과 일본은 한중일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일FTA 라는 3가지 교섭을 진행중에 있는데 한국은 중국과의 FTA를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한중 FTA 체결로 인해 한중일 FTA의 의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는 매우 다이나믹하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FTA 교섭을 조합시킴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당연히 한중일 FTA를 중시하고 있고 한국도 최근에 한중일 FTA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다시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 악화가 경제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양국의 경제 관계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지금 시점에서 정치관계의 악화로 인해 경제관계가 정체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양국간에 존재하는 문제가 특히 정치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한일관계 전체를 뒤흔드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관계는 서로가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고 일본의 한국 투자규모도 크다. 그리고 최근들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 갖고 있는 강점,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서로 조합을 이루고 제3국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제분야는 민간부문이지만 정부가 해야할 일은 서로가 사실에 기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방사능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한국 사람이 많다고 이해하고 있으나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근처 이외 지역은 방사능 걱정을 안해도 된다. 이 점에 대해서 한국 사람의 이해를 구하고 싶고, 일본에도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일본에서의 수출길이 막혀있는 품목에 대한 수입 재개를 부탁드리고 싶다. 또 각국이 규제개혁을 진행시켜 국내 경제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는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발전해 서로 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일 경제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양국 정부가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본 정치가의 망언이 일본에 대한 한국 사람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측면이 강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새로운 양국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각국이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서로의 감정을 필요이상으로 격화시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가 뿐 아니라 정부도 조심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외교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벳쇼 코로 주한일본대사


[벳쇼 대사는?]

벳쇼 코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는 1953년 코베(神戶) 태생으로 도쿄대학을 졸업후 1975년에 일본 외무성에 입부했다.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 시절에 북일교섭을 담당해 외무성내 한반도통으로 불리고 있으며 고이즈미 정권 시절에는 총리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주한일본대사로 취임한 뒤 한국을 직접 접하고 이해하기위해 대한민국 지방 구석구석을 다니고 있다. 일본의 전통예능 노(能)를 스스로 연기하고 한글 서예를 공부하고 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야구관람을 좋아한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국 야구장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야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