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안무가 두아토 "유니버설발레단 '멀티플리시티'초연 기대"

2014-04-21 17:11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공연권 획득...25~26일 LG아트센터서 공연

나초 두아토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처음에는 바흐의 음악에 맞춰 안무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요. 바흐의 음악이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다워서 제 '더러운 손'(dirty hands)으로 바흐의 음악을 건드린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컸지요."

 7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Nacho Duato)가 모던 발레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다양성)는 안무가로서 바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다.

 두아토는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오는 25~27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120분짜리 '멀티플리시티' 초연을 위해 지난 16일 한국에 내한 직접 리허설을 지도했다. 

 21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아토는 "무용단마다 조금씩 다른 호흡이 있는데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은 굉장히 훌륭하고 움직임이 좋으며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 무대가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멀티플리시티'는 두아토를 일약 세계적인 안무가로 격상시킨 작품. 두아토는 이 작품으로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가 상을 받았다.

 독일 바이마르시의 위촉을 받아 탄생한 이 작품은 1999년 독일이 낳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리는 작업이다.  

 바흐가 살던 바로크 시대의 음악, 미술, 건축, 무용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을 상징하는 무대 의상과 다양한 몸짓을 표현하기 위해 나초 두아토가 찾아낸 단어가 바로 ‘멀티플리시티’, 즉 ‘다양성’이다.

두아토는 바흐의 음악 23곡과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해냈다. 이 무용에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와 음악 세계, 내면까지 바흐 삶의 모든 것을 작품에 녹여냈다. 단지 현존하는 바흐의 음악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가 바흐의 인간적인 면까지 무대 위에서 그려냈다는 평가다.

 두아토는 선곡 과정에 대해 "춤추기 알맞은 곡을 골랐고 작품을 안무할 때도 밤에 '제가 이 음악을 써도 괜찮을까요. 화내시지 않겠지요'라고 바흐와 대화하는 상상을 하면서 바흐 음악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선곡했다"고 말했다.

 두아토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이어리 킬리안에게 발탁돼 유럽 무대를 휩쓸면서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고 1983년 첫 안무작 '닫혀진 정원'으로 쾰른 국제안무가 대회에서 1등상을 받으며 안무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90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했고 2010년 7월에는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극장의 예술감독에 임명돼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9월부터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발레단 예술감독으로 5년간 활동한다.
 
 

멀티플리시티(4)Photo by Wilfried Hosl_Bavarian State Ballet


 '멀티플리시티'는 1999년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 초연한 이래 독일 뮌헨 바바리안 국립발레단,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공연권을 가진 점에서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국 발레단체로서 최초로 공연함으로써 한국 발레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나초 두아토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무용수라면 꼭 해보고 싶고 관객으로서도 보고 싶은 작품을 선보이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춤을 추는 무용수나 발레를 보러 오시는 관객 모두의 영역이 한층 풍부하고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바흐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발레 애호가가 아니라도 이 작품에 매료되실 것입니다”

 문 단장은 이번 공연에서도 친절한 해설에 나선다. 나초 두아토와 작품이야기를 쉽게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관람료 3만~10만원. (070)7124-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