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침몰]중국 애도 한 목소리, 선장 도피 집중 보도
2014-04-20 13:02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중국도 안타까운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이 1개월여 지난 시점에 터져나온 세월호 침몰소식에 중국 인민들은 이웃국가인 한국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함께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각 언론매체들은 세월호사건을 주요뉴스로 보도하며, 구조소식과 함께 관련된 속보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비통함에 흐느끼는 부모들의 장면을 비롯해 학생들을 구하느라 생명을 잃은 선생님의 소식, 승객의 구출을 돕다가 목숨을 버린 승무원의 이야기, 자책감에 자살을 택한 교감선생님의 사연들을 타전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중국 매체들은 선장의 도피 행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스스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함께 슬퍼하는 중국
시 주석은 "중국 정부와 인민을 대표하는 동시에 또 개인의 명의로 사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면서 "사망자와 실종자의 기족들 및 부상자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로 대규모 실종자와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별도의 위로전문을 보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사건당일인 16일 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앞으로 위로전을 보내 "여객선 침몰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구조 지원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돕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장이 한국 측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수색 구조지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도 피력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불행한 사고를 접하고 매우 비통한 심정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자국민 찾아달라 요청
중국 당국은 세월호에 탑승했다 실종된 중국인을 조속히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월호에 탑승한 중국인 승객이 앞선 발표보다 2명 늘어난 4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주한중국대사관, 광주 총영사관 측이 한국 해경을 통해 확인한 결과 침몰한 여객선에 탑승한 중국인이 2명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가로 확인된 중국인 승객 중 한 명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이 전력을 다해 수색 작업에 나서고 현재 실종상태에 있는 중국인을 조속히 찾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수색 작업 결과가 나올 경우 중국인 관련 정보를 즉시 통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광주 주재 중국 총 영사관을 사고 해역 인근 항구로 파견했다.
중국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기계학 전문가인 덩빈(鄧斌)은 인터넷매체 관찰자망에 18일 기고한 논평을 통해 “한국의 여객선 침몰로 인해 또다시 중국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도 비행사의 프로답지 못한 조작에서 참화가 빚어져 중국인 여학생 두명이 사망했다”면서 “한국 운송업 종사자들의 직업윤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1970년에 발생한 남영호사건으로 인해 3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어 1993년 서해 페리호사건에서는 사망자가 292명에 이르렀다”면서 “두 사건 모두 인재였으며 이번에도 항해노선변경, 안전훈련 미흡, 갑작스런 급회전 시도, 구조시스템 미비, 직업윤리 부재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선장의 도피 집중보도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도피는 중국에서도 무수한 비난세례를 받고 있다. 바이두신원(百度新聞)은 인터넷특별판을 통해 “오래전부터 인류는 재난상황에서 여성과 약자를 먼저 구하는 불문율이 있다”며 “죽음에 맞서 용감하게 승객들을 구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이 대피하기도 전에 먼저 구조선을 타고 침몰하는 배를 떠났다”고 논평했다.
리야창(李亞昌) 해군군사사무소 연구원은 19일 홍콩 펑황위성TV에 출연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장이 직접 선박을 몰고 있지 않았다는 점, 조타실에 없었다는 점, 3등 항해사가 선박을 운전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는 법률, 도덕의식에 위반되는 것일 뿐 아니라 항운계 전통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야창 연구원은 "화물이나 승객 수송이 됐든 아니면 해군이 됐든 항운계에는 하나의 전통이 있다"며 "이는 선장이 곧 선박이며 선박이 곧 선장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연구원은 “선장이 승객들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명령한 후 어떠한 추가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탑승객들의 해산을 명령하지도 않았다”며 “선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해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항운 전문 사이트 항운계의 치인량(齊銀良) 총편집장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지역신문 첸장완바오(錢江晚報)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선장은 배가 기울 때 모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모이라는 지시를 내려야 했다"며 "만약 승객들이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갑판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거나, 배가 급격히 기울면 최대한 빨리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생존자는 훨씬 늘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저장저우산화잉(浙江舟山華鷹)원양어업유한공사 리커핑(李科平) 총경리는 베이징청년보와 인터뷰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선장과 승무원이 배에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함”이라며 "지휘를 제대로 못한 선장과 승무원은 모두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으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구조시스템 반면교사 삼자 목소리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8일 ‘발전된 국가도 안전위기에 직면한다’라는 사설을 통해 이번 세월호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한국처럼 현대화한 국가의 해상안전 실태와 긴급대응이 수준이하라고 여기고 있다며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사망•실종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배가 기울기 시작할 때 학생들은 구명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선실안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따라 귀중한 탈출기회를 놓쳤다며 한국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면서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번 세월호 사건은 중국에도 차가운 교훈을 준다면서 중국 연안에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해상 교통과 선박 운항이 이뤄지고 있어 중국 해사 당국과 선박회사 등은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이번 사건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 타리무(塔里木)강 관리국의 쑨싱제(孫興杰) 국장은 “세월호가 구조신호를 보낸후 한국정부는 30분 후에야 구조대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이 후 3시간여 동안 침몰하고 있는 배에서 고작 179명만을 구조해내는 데 그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재난은 예고없이 찾아오며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재난에 대응해 심리적으로나 시스템상으로나, 혹은 직업윤리면에서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