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손톱 밑 가시 찾아라] (1)지지부진한 분양 일정, 줄줄 새는 주머니
2014-04-21 10:45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심의 일정 지연에 하루 수억원 이자 물어야
건설사의 주요 사업인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각종 법령 및 규제들로 나가는 손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지를 확보해서 사업계획을 확정 지은 후 사업 승인 등을 받고 입주자모집공고를 내 청약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따른 분양가 심의 '걸림돌'
분양 인허가 과정에서 건설사를 가장 난처하게 하는 부분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꼽힌다. 단순히 가격에 상한선을 둬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심의로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법에 따라 20가구 이상 사업승인을 받아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모든 공동주택에 의무 적용된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경제자유구역·관광특구 등은 제외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해당 주택의 분양가를 심의하게 된다.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만 해도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려는 건설사와 이견이 발생하기도 했다. 요즘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분양가 심의 자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분양이 이뤄진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분양가 승인을 받지 못해 분양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수 차례 발생했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교수·변호사·회계사·감정평가사 등 관련 전문가 10명 이내로 구성토록 주택법에 정해졌다. 그러나 이들 심사위원의 일정을 잡지 못하면 분양가 심의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B건설사 분양소장은 “분양가 심의를 언제까지 받으라는 규정도 없어 해당 주택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담당 직원의 결정이 절대적”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승인을 맡은 이 직원이 절대 갑의 위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축심의도 까다로워, “사업 과정 개선돼야”
분양가 심의 외에도 아파트 사업계획을 세울 때 받아야 하는 건축심의가 많은 것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교통영향·환경영향·건축·문화재 등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각 위원회는 별도 근거법에 따라 운영되고 관련 기관이나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심의의 중복협의 및 협의기간이 늘어나 분양일정은 지연되기 십상이다.
이중 문화재의 경우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 발견 시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1년 가까이 된다. 문화재 발굴을 위한 비용도 시행자가 부담한다. 일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에 대해 발굴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아파트 분양 인허가 과정뿐 아니라 택지개발지구 등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를 차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공택지를 입찰 받을 때 두루뭉술한 규정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공공택지 입찰 자격이 ‘주택법 제9조에 의한 주택건설사업등록업자’로만 제한을 두고 있다”며 “일부 중견업체의 경우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시행사를 동원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십개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만 사실은 같은 회사란 것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C건설 직원도 “낙찰 받은 시행사가 사전에 합의한 업체에 몇억원을 받고 사업지를 전매해도 제재 규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분양 지연에 따른 피해는 결국에는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분양을 위한 일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D건설사 홍보 담당자는 “분양일정이 한 달 미뤄진다면 마케팅과 금융비용 등 5억~6억원 이상이 새는 경우도 있다”며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인허가 과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