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야간대학 부활 검토…교육부와 대학은 ‘난색’
2014-04-16 15:50
기재부 “야간대 포함 된다”…교육부 “담당부서 다르다”
다양한 경로 확보 필요…야간대학 ‘뜨거운 감자’
다양한 경로 확보 필요…야간대학 ‘뜨거운 감자’
아주경제 배군득ㆍ한병규 기자 = 정부가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하는 ‘선 취업-후 진학’에서 야간대학 부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상업·공업고등학교 육성이 한창이던 1990년대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대표적 모델이던 야간대학이 박근혜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에서 다시 활성화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교육부에 따르면 청년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후 진학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청년들이 일하면서 원할 경우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선 취업한 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사내대학 확대 등이 포함 돼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 사이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선 취업-후 진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기획재정부는 야간대학 부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반면 교육부는 담당부서도 다르고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재부 “후 진학 롤 모델…야간대학 필요시 확대”
야간대학은 이번 청년고용 대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야간대학이 후 진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만큼 수요가 발생할 경우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당장 야간대학을 활성화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야간대학 뿐만 아니라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 후 진학의 다양한 경로가 많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야간대학도 현장 수요가 많다면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간대학은 2000년 중반까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 후 진학 모델이다. 하지만 갈수록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후 진학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지면서 야간대학은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야간대학은 가천대학교 등 전군 55개 대학에서 5914명에 불과하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을 포함한 대학생이 350만명이 넘어선 상황에서 야간대학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에서는 야간대학이 직접적인 후 진학의 대책이 될 수는 없지만 대학입학 전형 다양화 등을 추진할 때 필요시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재부가 청년층 대상 취업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선 취업-후 진학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시간유연제(50.9%) 다음으로 대학입학 전형 다양화(31.5%)를 꼽았다.
또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졸자 취업진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서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후 진학제도 관심도에서 재직자 특별전형이 60.6%를 차지했다.
◆ 교육부·대학 “야간대학보다 사내대학에 초점”
이처럼 기재부가 야간대학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반면 교육부와 대학에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등이 연착륙한 상황에서 야간대학이 후 진학에 효과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 유치에도 버거운 마당에 야간학과 개설은 수익성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아예 이번 청년고용 후 진학 대책에서 야간대학을 배제했다. 야간대학은 대학정책과, 후 진학은 취업창업교육지원과에서 담당한다. 교육부는 야간대학이 후 진학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서로 달라 야간대학이 선 취업-후 진학 범주에 들어간다는 건 교육부 정책상 맞지 않다”며 “일부 사내대학에서 야간과정을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야간대학 부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야간대학을 후 진학 범주에서 제외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입맛에 맞는 분야만 골라서 추진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내대학의 경우 야간대학과 명칭만 다를 뿐 기능이 비슷한데도 적극적으로 후 진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내대학은 평생교육법을 근거로 학점은행제 통해 학위 이수가 가능하다.
포스코기술대학, SPC식품과학대학, 삼성전자공과대학, 삼성중공업공과대학 등이 사내대학에 속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령 개정안 통해 회사원 뿐 아니라 협력업체 하도급업체 직원들도 다닐 수 있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선 취업-후 진학에서 야간대학이 유리한 면이 분명 있는데 홀대 받는 모습”이라며 “후 진학 범주에 둔다고 해놓고 정책은 따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