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대기업 채용풍토, “글로 배운 것 안 통해”

2014-04-16 14:21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엔 책으로만 배워 실생활에 맞지 않고 서툴다는 의미의 ‘글로 배운 OO’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이젠 기업들도 실질적 업무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 배운’ 취업 지원자들을 엄격하게 가려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확 달라진 인적성검사이다. 수험생들이 전처럼 기출 문제집에만 의존하다가는 개성 넘치는 인적성검사를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최근 치러진 삼성 인적성검사(SSAT)에서도 어벤져스 영웅들을 나열하며 유형 분석을 요구해 응시생들을 당황케 했다. 취업 지원자들의 깊이 있는 사고력을 판별하기 위해 출제 성향이 기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 관계자는 16일 “스펙 좋은 사람보다 실제 회사에 들어와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고 싶다”며 “일을 잘할지 검증하기 위해 전보다 실용적인 내용을 다루는 질문들이 많아지고 면접도 심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대기업들의 입사 필기 전형은 특정 패턴 문제를 탈피하고 복합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력을 응시자들에게 요구하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기초상식을 응용해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는지, 거시경제부터 기업의 구체적인 원가절감 방안까지 물어 본다”고 말했다.

이번 SSAT에 응시한 한 수험생은 “전보다 상식적인데 하나만 알면 풀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많았다”며 또한 “삼성의 리튬이차전지나 멘토링, 드림플러스 등 실무적인 내용도 많이 다뤄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SSAT만의 특정 문제 유형을 많이 공부해왔는데 이번 시험은 그런 것보다 사람의 자질이나 기본 역량을 측정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필기시험(SKCT)을 실시하는 SK 역시 단순 암기식보다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복합적이고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출제 성향은 다수 기업들에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맞춤 인재를 찾다 보니 면접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적성검사를 폐지한 한화그룹이 면접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주)한화와 한화L&C는 1박2일 합숙 면접을 치렀으며, 팀별과제를 부과하거나 실무진과 임원의 2차례에 걸친 면접을 치른 곳도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서류전형부터 자기소개서를 더 면밀하게 검토해 소수 면접 대상자를 고르고 계열사에 따라 특징적이고 엄격하게 면접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학벌‧스펙에서 벗어나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을 지원하기 위해 채용컨설팅과 직무역량 평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의 ‘핵심직무역량평가모델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올해 1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