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 이대로 좋은가(종합)
2014-04-14 16:28
아주경제 김부원 이수경 장슬기 박선미 기자= 금융권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허술한 금융보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권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수익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당수 카드모집인과 대출모집인들은 직장마저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정보유출 '흑역사'는 진행형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금융권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무려 1억500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5월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서 각각 16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같은해 12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서도 각각 10만건과 3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확인된 건수는 말 그대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무려 1억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횄다. 결국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고, 국민들은 분노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부도 서둘러 개인정보보호 강화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어 불과 두달 만에 3개 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 정보가 2차 유출된 정황까지 포착됐다.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일부 고객 정보는 보이스피싱에도 사용됐다.
특히 카드업계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포스단말기 관리업체 서버가 해킹을 당해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에서 320만건의 카드 거래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어 씨티캐피탈과 IBK캐피탈에서도 3만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금융보안 실태가 엉망인 상황에서 앞으로 금융권이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거나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의 '정보유출 흑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보유출의 무서운 나비효과
정보유출 사태로 금융권의 수익이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보유출로 3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3개 카드사의 영업 손실액은 1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익은 대손비용 감소 효과 등으로 인해 전년(1조3056억원) 대비 27.1%(3641억원) 증가한 1조659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정보유출 후폭풍으로 순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고객도 이탈하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약 열흘 만에 3개 카드사에서 80만명이 넘는 회원이 빠져나갔다.
이후 고객정보 대부분이 시중에 유통됐다는 검찰 발표가 나오자 약 1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이 추가로 탈회했다. 신규 고객 유치가 중단되면서 카드모집인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국민카드의 모집인은 1월 1200명이었지만 2월 1100명, 3월 1000명으로 매달 100명씩 감소했다. 롯데카드도 1월 2000명에서 2월 1800명으로 줄어든 뒤 3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카드는 1월 640명에서 2월 600명으로 줄었고 3월에도 비슷한 규모다.
전화영업(TM) 직업군에도 불똥이 튀었다. 상반기 중 TM 전화를 거부하는 '두낫콜 제도'까지 시행되면 TM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모집인들도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출상담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대출모집인제도 축소방침에 따라 지난 1월부터 3월 말까지 약 5000명이 계약해지됐다.
지난해 말 대비 3분의 1가량의 대출모집인이 해고조치된 것이다. 만약 대출모집인들이 대부업체로 옮길 경우 개인정보가 불법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