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빅' 김석현 PD "'개콘'과 다르고 싶었다"
2014-04-14 11:30
1997년 KBS 프로듀서로 입사한 이후 '개콘' 조연출과 연출, '웃음충전소', '미녀들의 수다' 주요 스태프로 활약했던 김석현 PD가 tvN으로 둥지를 옮겨 기획한 '코빅'은 색다른 시도가 눈길을 끈다. 가벼운 콩트 위주로 진행되는 '개콘'과는 다르게 대결 구도를 도입했고, 1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상금을 내걸면서 경쟁을 부추겼다. 모두 '개콘'에서 갈고 닦은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전략이었다.
김석현 PD는 '코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았고, 눈에는 '애정'을 가득 담았다. 간혹 지어 보이는 순박한 미소는 이 시대 최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수장에게서 엿볼 수 있는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면모였다.
최근 만난 김석현 PD는 "모두가 즐거워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작 스태프도, 출연자도, 시청자도, 보는 모두가 즐거운 프로그램의 탄생을 고민한다고. "'개콘'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무언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뜨기 위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개그 말이에요. 물론 '개콘'이 뜨기 위해서만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2011년 9월 첫선을 보인 '코빅'은 그동안 '게임 폐인'이나 '양꾼기획', '10년째 연애 중' 같은 대표 코너를 탄생시켰다. 각종 유행어를 남겼고,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 그동안 '개콘'의 독주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SBS, MBC 개그맨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힘을 얻었고, 그 결과 '개콘'의 강한 맞수로 떠올랐다.
김석현 PD가 처음 방송 3사 개그맨을 총집합 한다고 했을 때 우려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3사 개그맨이 만나서 화합을 이룰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첫 번째였고, '개그맨 규율을 훼손시킨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지난 몇십 년간 선배 개그맨들이 다져놓은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엄격한 선후배 문화에서 성장한 KBS 출신 개그맨들의 멘탈 붕괴도 있었고, 나이 어린 선배나 나이 많은 후배였던 개그맨들의 적응기도 필요했다. 김석현 PD의 과감한 '도전'은 10년 차 개그우먼 안영미가 나이 많은 후배에게 '야'가 아닌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약 3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지는 매너리즘도 넘어야 하는 장벽이었다. '개콘'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현재에 안주해버리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매일이 고민이에요. '당장 두 달 후에는 어떡하지?', '내년에도 잘 되려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같은 고민은 매일에요. 심지어는 '개그맨이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한다니까요. 축구 감독과 똑같은 것 같아요. 변수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하니까요."
"시청자가 지겨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민이에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기를 얻었던 코너도 있고요. 그렇지 않은 코너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노력은 '댓글'을 많이 보는 거에요. 예를들어 1000개의 댓글이 달리면 악의적인 댓글 빼고 나머지 의견은 모두 수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들의 말에 방향성이 보이거든요."
십수 년을 '개그'에 바친 김석현 PD는 이제서야 개그맨들이 가진 각각의 재주가 보인다고 했다. '이 친구는 콩트에 강해'라든지 '이 친구는 긴 대사에는 약해'라든지 하는 것들을 파악해서 장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보강해주고자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의 세심함은 '코빅' 개그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김석현 PD가 만들 '코빅'의 네 번째 이야기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