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요즘 TV에서는 김·수·현만 나온다

2014-04-08 09:13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송준호 교수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교수님, 요새 광고에는 김수현밖에 안 나와요’라고 하기에 나는 “그래 요새 김수현이 정말 대세이긴 대세지”라고 했다. 그러자 “아니오, 교수님. 그 김수현 말고, 김·수·현 이요. 김수현, 수지, 전지현 말이에요. TV 켜면 세 사람만 나와요”. 정말 기가 막힌 비유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톱스타들이 광고에 많이 출연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연아는 전성기에 20개 이상의 광고에 출연하면서 ‘김연아의 하루’ 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 ‘별에서 온 그대’ 가 말 그대로 대박이 나면서 김수현은 CF킹에 등극, 16개 이상의 브랜드의 새 얼굴이 되었다. 전지현과 수지도 서로 뒤질세라 종횡무진 TV 화면을 누비고 있다. 광고료도 10억원 가까이로 치솟았다고 하니 대단하다. 소속사들은 흔히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이때다 싶어 더 많은 광고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왜 이렇게 수억 원의 돈을 지불하면서 광고주들은 스타를 그들의 광고에 출연시키려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에게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시선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광고는 궁극적으로 물건을 팔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진 예쁘고, 잘 생기고, 사랑받는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하루에 접하는 광고 메시지가 5000개가 넘는 현실에서 우선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한 스타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수는 6~7개 정도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그 예쁘고, 잘 생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김·수·현이 소개하는 제품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김·수·현 만 남는 것이 광고주의 걱정이다. 간혹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뱀파이어 효과' 또는 ’뱀파이어 크리에이티브‘가 이것이다. 광고 모델이 광고 제품이나 브랜드에 흡혈귀처럼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인데 스타의 매력에 가려져 시간이 흐른 뒤 말 그대로 김·수·현 만 기억하고 제품이나 브랜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광고하는 제품과 스타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즉 스타가 본인의 활동 분야나 이미지와 관련성이 적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수억 원의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로서는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사람이 간만에 한번 이야기를 하면 왠지 귀담아 듣고 그 이야기에 신뢰를 보내는 일이 종종 있다. 반대로 여기저기서 말 많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왠지 무게감이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알리는 정보원으로서의 광고 모델도 마찬가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이거 정말 좋은 제품입니다’, ‘ 아, 이것도 좋아요’, ‘ 아니 어쩌죠. 저것도 좋은데’ 라고 떠드는 김·수·현 보다는 조금 덜 예쁘고, 조금 덜 잘 생기고, 조금 덜 사랑받더라도 가끔씩 ‘이것은 정말 좋은 제품입니다. 꼭 좀 써보세요’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광고 모델한테 왠지 신뢰가 가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오늘따라 김·수·현이 더 분주하게 이것저것 말을 걸어온다.

*연세대 철학과를 거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매스커뮤니케션이션 석사와 동국대 광고홍보 박사학위를 취득한 송준호 교수는 15년간 제일기획에서 근무하며 캐스팅 디렉터 및 광고 홍보 프로모션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그는 부산국제광고제 운영위원, 대종상 영화제 기획고문, 뮤지컬 칵테일 기획 등을 지냈다.

또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 판타지오 등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집행을 해 왔으며 드라마 ‘더킹투하츠’ ‘드라마의 제왕’ 등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