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재수 aT 사장"이젠 생산 위주의 농업 탈피할 때 "

2014-04-06 20:32
"생산 이후의 가공 유통 등 미래경쟁력 갖춰야"

김재수 aT 사장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농업인의 동반자, 유통수출의 개척자, 미래농업의 선도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벽에 걸려있는 이러한 사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세가지의 사훈만 보더라도 aT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김 사장은 6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간 공사는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과 농어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농수산물의 수출과 유통개선, 수급 및 가격안정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해 왔다"고 운을 띄었다.

우리농업의 선결과제에 대해 김 사장은 "생산중심의 농업구조에서 생산 이후의 농업으로 시급히 전환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농업관련 기관들의 조직이나 인프라, 예산 등은 생산증대 등 1차산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며 1차 생산 편중(80%)의 농식품 예산 구조를 아쉬워했다.

때문에 aT는 설립 초기부터 생산 자체의 문제보다 생산 이후의 가공, 포장, 유통, 수출, 식품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등 우리 농업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우선 aT는 지난해 4월 '직거래지원 센터'를 설치을 비롯 직거래 모델 개발과 직매장 설치 등 직거래채널을 다양화하는 등의 전략을 전개 중이다. 새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또 식품기업과 학계, 연구기관 등 산학연 협력강화을 통해 식품산업과 농축수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뤄나가는 한편, 시장개방에 대비한 농식품 수출증대에도 힘써 왔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의 수급불안 위험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aT는 농수산물의 수급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와 수급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주요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예측가능 시스템과 사후대응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 농식품 수출이 부진했던 이유로 김 사장은 수출 주력시장인 대일본 수출 악화를 꼽았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원-엔화 환율이 급락해 주요 수출품목인 화훼·막걸리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림축산식품 수출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김 사장은 자평한다.

그의 말 처럼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딸기·버섯 등 신선농식품 수출은 9.4%로 3년 연속 9%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중국이 유제품 및 인삼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일본에 이은 차기 주력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공식품 중 한국산 조제분유는 품질에 대한 신뢰와 자녀에 대한 과감한 지출 성향이 있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안전성 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충칭 등 중국 서부 내륙 시장 확대 노력으로 4.6%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대 수출 호황기를 맞고 있는 홍콩은 모든 식품이 무관세인 특징을 살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전반에서 활발한 소비가 이뤄졌다. 홍삼(89%), 비스킷(40%), 딸기(37%), 김치(9%) 등 웰빙 식품의 수출 주도가 뚜렷했다.

또 아세안(ASEAN)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수출비중(17.2%)을 차지하고 있다. 한류가 농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돼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대부분 아세안 국가에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남미·유럽, 러시아, 이슬람권 시장 등은 아직 우리 농식품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신규 진출을 시도해 볼만한 시장 가운데 이슬람권 시장은 한류 열풍으로 수출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이라며 "'할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임을 내비췄다.

'할랄'은 이슬람권에서 허용된 식품,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슬람권 시장에서는 한류 드라마, K-POP 등의 인기로 한국식문화와 고품질 한국 농식품의 관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T는 우리 식품업체의 할랄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할랄식품전문 박람회 참가지원, 한국할랄제품 홍보, 할랄바이어 초청상담회 개최, 시장특성에 맞는 수출유망품목 발굴 등 수출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김 사장은 "최근 aT는 말레이시아 정부인증기관(JAKIM) 인증과의 동등성 인증을 받았다"며 "이슬람권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수출업체의 할랄인증이 용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해선 "온라인거래 등 저비용 고효율의 대안유통경로를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며 "유통단계의 인위적인 축소보다는 유통비용 자체를 줄이는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T는 농수산물사이버거래 상의 소상공인 POS-Mall과 직거래 플랫폼 구축 등 온라인 시장의 다양한 채널을 확산해 나가는 한편, 도매시장의 정가ㆍ수의매매 확대 등을 통한 도매시장 거래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 aT는 도매시장 운영효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진단과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오프라인에서의 직접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온라인 사이버거래시스템 등을 중점 개발하기로 했다.

또 도매유통개선과 물류효율화를 위해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6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아래 aT는 정부, 산지출하자, 도매법인, 중도매인 등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정가수의매매 추진실적 점검과 확대 방안, 각종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도매시장 기능의 최우선은 생산자를 보호하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그는 도매시장을 농산물유통의 중요한 경로로 꼽았다.

그러면서 "경매 중심의 도매시장 운영방식은 거래시간과 장소제약, 매매방법의 제한 등으로 출하자와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탄력적인 거래를 제약하고 있다"며 "도매시장의 거래경직성을 풀어 유통효율을 높이고 소비지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처럼 거래방식을 다양화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aT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표준지침 마련, 홍보, 농안법령 개정, 매매촉진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가수의매매가 조기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조성 마련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수급종합상황실을 통해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농산물의 실시간 가격등락, 재배면적 증감, 생육상황 및 저장·출하·소비상황 등 수급상황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과부족에 따른 수급대책을 마련하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에 혼심의 힘을 다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유통변화에 대응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