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전문]

2014-04-04 11:1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강창희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정의당 원내대표 심상정입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 결국 ‘가치’의 문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의 추격형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고,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것을 창조경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경제는 추격경제였습니다. 50년 만에 1인당 GDP 80달러에서 2만6천 달러까지 도달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임금상승을 억제해서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고 부채에 의한 소비로 수요부족을 충당하는 경제는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국내 가계부채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추격형 전략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길로 갈 수 있겠습니까? 역사적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한 사례도,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선 사례도 찾기 힘듭니다. 개별국가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것을 담아내는 사회적 시스템의 현격한 차이 때문입니다.

영국에 ‘기업살인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산재사고로 인명피해가 나면 기업이 살인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영국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법명을 갖게 된 것은 ‘이윤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인간존엄성 가치가 확고히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은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탄하고, 정치권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만, 정작 관련법은 몇 년 째 묵혀있거나 지엽적인 수준에서 바뀔 뿐입니다. ‘기업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지!’라는 성장지상주의가 여전히 우리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치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가치혁신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여전히, 노동 없는 성장, 개발지상주의, 이것입니까?

성장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태가 마구 훼손돼도 된다는 추격경제시대의 낡은 가치관으로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가치로 재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탈원전 선언으로 동아시아 에너지 생태 공동체로 나가야 합니다.

도처에서 자연의 역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예년에 비해 열흘이나 앞당겨 피었습니다. 이제, 서울하늘도 살인적인 북경하늘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중금속이 함유된 미세먼지 황사로 한 달씩 독한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3월 기준 관측사상 최고기온을 갈아치운 지난 며칠간의 이상고온은 올여름 다가올 폭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50년 후 애국가 2절의 ‘남산위의 저 소나무’는 ‘남산위의 저 야자수’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생태의 위기는 바로 오늘, 시민들의 삶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탈원전은 정치가 해결해야 할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8만여 명이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일본영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 밥상의 70%가 오염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일본만의 일이겠습니까?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음 사고지역으로, 수명연장을 거듭하며 운행 중인 고리원전1호기를 지목했습니다. 섬뜩합니다.

게다가 지금 원전에 임시 저장되어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방사능이 사라지는 데 10만년이 걸립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할 기술도, 장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세계는 이미 탈원전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개발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OECD 국가 중 16개국이 원전 없이 전력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지난 25년간 원전을 50여 개 줄였습니다. 미국은 같은 기간 원자력발전소를 한 기도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일본도 탈원전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원전은 사양산업입니다.

그래도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없이 경제성장 가능할까?” 걱정 되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자력 발전 없이도 경제성장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력사용량을 유럽수준으로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전력소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전력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몇 년 뒤 미국을 초과할 것입니다.

여러분,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이 에너지 울트라낭비 경제체계야 말로 비정상 중에 비정상입니다. 값싼 산업용 전기료 때문입니다. 이런 비정상의 주범은 결국 정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정의당은 세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2040년을 핵 없는 원년으로 선포합시다. 박근혜 정부는 원전 비중을 높여, 원자력 발전소를 2035년까지 최대 40개를 더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탈원전의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선진국의 길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수요관리를 강화하고, 수명이 끝난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 대신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원전 없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길입니다.

둘째, 재생가능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로 녹색기술선진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2.3%(2012년 기준)입니다. 산유국인 사우디를 빼면 세계 꼴찌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기자동차·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을 위한 ‘에너지안보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미 지난 2008년 그린혁명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207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선두주자지만,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원전보다 10배나 많은 재생에너지강국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40개 원전 건설비용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해야 합니다. 미래성장을 위해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탈원전 생태경제야 말로 창조경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 제안드립니다. 녹색창조경제 하십시오.

셋째, ‘동아시아 에너지·생태공동체’ 구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핵사고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핵사고는 재앙 그자체입니다.

그런데 고리원전에서 핵사고가 나면 재앙이 아닙니까? 북한의 핵무기 개발, 당연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조차 핵의 평화적 이용을 그 명분으로 주장하고 있질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200개의 원전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의 탈원전을 견인할 수 있는 도덕적 이니셔티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반도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변화, 황사, 전염병, 핵발전소 안전문제 등 동아사아 환경‧생태분야 협력을 강화하여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실화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 이라는 영화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삼성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관련 시민단체에 의하면 현재까지 피해 제보자만 193명, 그중 73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삼성 측으로부터 산재보상은커녕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더 이상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삼성에서 일하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오로지 피해사실에 대한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행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어긋나는 모습입니다. 기업에 헌신해온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반윤리적인 기업은 진정한 일류기업이 될 수도, 지속가능할 수도 없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와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검증 가능한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정부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백혈병·뇌종양 등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의 유해성과 질병의 의학적 발병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엄격한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관련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국회가 발 벗고 나섰듯, 이제는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국회가 앞장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정의당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직업병 피해자 및 가족의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의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신뢰 구축 없이 평화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구상이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남북고위급회담으로 조성된 대화국면이 끝나고, 다시 대결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라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고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신뢰외교’ 이전에 ‘신뢰구축을 위한 외교’가 절실합니다. 외교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북한에 전향적인 구상과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이 도발행위로 응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신뢰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신뢰는 외교적 노력의 결과이지 외교의 전제가 될 수 없습니다. 상대가 변화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가 바로 외교전략이고 능력이고 의지 아닙니까?

남북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베를린선언을 했을 때, 북한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석 달 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 후에 북한-독일 간 수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은 국제적 협력구도 속에서 관련국들 간에 사전 신뢰구축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통일은 그냥 운 좋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고도 험난한 평화를 향한 노정 뒤에 기적처럼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지금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6자회담이 중단되어 있는 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계속 강화시켜 왔습니다. 동북아정세는 억지력의 강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대결국면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논의를 6자회담 틀 안에서 풀어가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한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성의 있는 조건에 대한 그림은 갖고 있는 겁니까? 9.19 공동성명의 정신에 입각한 동시행동원칙으로 지금의 고착상태를 풀어내야 합니다.

한미일 동맹구조를 튼튼히 한 후에 검토하자는 여권일각의 견해는 위험합니다. 회담 당사자국간 대립 속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6자회담 재개 더 미뤄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대통령은 평화의 촉진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6자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 구상을 내놓기 바랍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나 드레스덴 선언이 어느 날 불쑥 던져진 것이 아니라 여야 정치지도자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의 선언으로 나왔다면, 더욱 분명한 메시지가 북한과 주변국에 전달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1982년 보수적인 기민당이 집권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사민당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을 계승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부터 초당적으로, 각 분야, 시민사회계를 망라해서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정의당은 대안세력으로 경쟁하고, 정권견제를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등장을 마냥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출현은 휘청대던 거대양당체제의 수명을 다시 연장시켰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향한 정의당의 사명은 한층 더 무거워졌습니다.

정의당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낡은 양당체제를 넘어서는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많은 국민들의 바람을 존중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의 승리와 더불어 야당으로서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는 데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를 맞는 야권의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새정치민주연합에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을 중단하십시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일성으로 민생중심정치를 천명했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농성을 하고 있지만, 싸움을 해도 민생과 경제민주화를 두고 해야 하며, 농성을 해도 기초연금제 문제나 남재준 국정원장 퇴진을 위해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3개월 동안 비례대표제 확대 등 실질적인 개혁과제는 다뤄보지도 못한 채 정당공천제 폐지 정쟁에 모든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이제와 합당의 명분이라 해서 또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공천제 폐지 문제를 끌어내는 것은 옳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대통령 사과 요구는 정당하지만, 결기를 세우려면 그때 끝을 보았어야 합니다.

둘째, 포퓰리즘 정치와 단절하고, 강한 정당의 길로 나서십시오. 솔직히 저는 민주당과 새정추의 통합이 발표될 때, 그 명분이 기초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사실에 멘붕을 느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두고, 여권을 향해 원칙이냐 당리당략이냐 물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입장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 약속을 뒤집은 것을 만천하가 다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작 궁금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입니다. 기초정당공천제 폐지가 진정 원칙이고 소신입니까? 원칙이라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가십시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라면, 궁색하게 샛길을 찾지 말고 대로로 나서길 바랍니다.

정치에서 약속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좋은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나쁜 약속은 성찰하는 것이 책임정치입니다. 무능한 정치에 화가 난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밥먹여주냐고 물었을 때, 그 의미는 민주주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하라는 질책입니다.
기초정당공천제 폐지는 잘못된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이 아니라 책임정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새정치가 아니라 반정치입니다.

과거 야권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더디 가더라도 정당을 제대로 만드는 정도로 가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정당의 책임을 무너뜨리는 포퓰리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야당이 약해진 것은 정당의 내면을 단단히 하고 스스로 강해짐으로써 권한과 책임을 다하기보다 눈앞의 포퓰리즘에 편승해 정당을 약화시켜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우리는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새정치 이미지에 기대지 말고 결과로서 평가받기 바랍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면 마땅히 호랑이를 잡아야 합니다. 호랑이 굴로 들어간 수많은 착호갑사(捉虎甲士)들이 호랑이를 잡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호랑이가 되어 나타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통합 결정을 두고 “거대 양당 구조의 한 축을 새정치의 그릇으로 쓰는 길”이라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실천으로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거대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온존시킨 단순다수대표제, 교섭단체제도 등 패권정치의 상징물들을 스스로 허물어 내는 혁신을 결단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민생 중심 복지국가 선도정당으로서 민생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초연금법,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어르신들에게 7월에 지급하기로 한 약속도 지켜야 합니다. 저희 정의당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연계안은 수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국민연금 연계안은 가입자와 비가입자 형평성 논란, 이로 인한 국민연금 신뢰 저하의 문제를 넘어서서 10년 넘게 지체되어온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더욱 어렵게 할 우려가 큽니다.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당장의 이해에 급급하여 미래의 책임을 방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기초연금법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서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어르신들에게 7월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 지급 약속도 지켜야 합니다.

정의당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기초노령연금법 원포인트 개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4월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고, 국회 내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연금체계 개편 및 개혁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을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세 모녀’와 같은 비극의 재발를 위해 기초생활보장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의당은 그동안 고질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부양의무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복지 취약계층의 사회보험 가입률 제고와 생계비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및 산재보상법 개정안을 최우선 중점법안으로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준 일부를 완화하는 수준으로 제출한 ‘세 모녀 복지법’은 마치 고양이 세수하는 격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정상화는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통상임금 문제에 이미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난 상황입니다. 국회 내 노사정소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현안의제를 서로 논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통상임금 지침과 임금체계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노사정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산업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노동시간,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정부의 월권적인 해석과 잘못된 지침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제가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과 법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법안인 만큼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황제귀족노역법 처리로 땅에 떨어진 정의를 바로 세웁시다. 이와 더불어 정의당은 국민적 공분을 산 황제노역뿐만 아니라 귀족노역 또한 근본적으로 퇴출하고자, 국민 눈높이에도 맞고 법체계에도 부합하는 형법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4월국회에서 노역장유치제도가 원 제도 취지에 맞게 고액벌금에 대한 탕감 수단이 아닌 벌금의 성실 납부를 유도하고 강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도록 법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곧 6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당의 권한과 이름을 걸고, 풀뿌리자치 혁신의 주역을 책임 있게 국민여러분께 천거할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정의당 소속 단체장과 의원들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아동주치의제도’, ‘방사능 안전급식’, ‘여성·아이 안심귀가’ 등 아이들과 여성부터 행복한 골목복지를 선도해 가겠습니다.

골목까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안정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재정자립이 없으면 지방자치의 발전도 없습니다. 정의당은 지방재정해소를 위한 방안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의당은 민주적 선출과정을 통해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들을 공천함으로써 책임정치의 모범을 보일 것입니다. 또한 개방적인 후보공천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여성, 청년, 농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훌륭한 ‘골목복지 대표선수’를 발굴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비롯한 광역‧기초의원들을 당선시켜 아래로부터 복지실현의 모범을 창출해나갈 것입니다.

노동존중 사회, 따뜻한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속에 뿌리 내리고, 커 나가는 정의당에게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바랍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