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펀드 대세? 금 ‘지고’ 농산물 ‘뜨고’

2014-04-01 17:25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원자재펀드 대세가 '금'에서 '농산물'로 바뀌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농산물펀드를 제외한 대부분 원자재펀드가 줄줄이 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만 해도 원자재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았던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1일 국제금융센터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제적인 상품가격 조사회사인 CRB가 주요상품 선물가격을 집계한 CRB 지수는 전월 말 기준 304.67를 기록하며 한 달 동안 0.74% 오르는 데 그쳤다.

2월에만 7%에 달했던 상승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이는 금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탓이 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 당 1283.4 달러로 3월에만 3%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금 선물은 1월과 2월에 각각 3.18%, 6.56% 올랐다.

이런 영향으로 금 펀드는 최근 1개월 새 4%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1~2월 12%가 넘었던 이익분을 까먹고 있는 것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표 호조와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한 달여 만에 금 가격이 1300달러를 하회했다"며 "미국 금리 인상까지 언급된 상황에서 미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금 값 하락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 가격이 온스 당 1290 달러까지 밀린다면 하락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자원펀드와 원자재펀드도 3월 한 달간 1~2% 손실로 금 펀드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지표 부진과 그림자금융 부실 문제로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반적인 원자재시장 약세를 농산물이 상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한파, 브라질 가뭄 등 기후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차질이 농산물 펀드 상승을 견인했다.

5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당 14.64 달러로 3월 들어 3.54% 상승했다. 2월에는 12%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옥수수 선물도 부셸당 5.02 달러로 최근 1개월 새 9.75% 뛰었다. 맥 선물은 16%나 뛰었다.

이에 힘입어 농산물펀드는 3월 한 달간 5% 가까이 올랐고 올 들어 10% 이상 이익을 냈다.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 콩선물(H)’는 2월 12.5%, 3월 7.51% 수익을 올렸다. ‘타이거 농산물선물(H)’는 2월과 3월 각각 9.89%, 8.69% 이익을 거뒀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엘니뇨 발생과 이상기후 빈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후여건 악화는 농산물 가격의 추가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6~8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손 연구원은 “기후여건과 지정학적 위험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 만큼 적립식 투자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