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시대 '개막'…과제는

2014-03-31 16:0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차기 총재가 4월 1일 오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스탠스는 종전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과의 소통 확대, 한은의 위상 제고를 위한 노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4월 10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 회의는 이 차기 총재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성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매파(통화 긴축 주장)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주장)도 아닌 '중도파'에 가깝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게다가 최근 한은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통화정책을 수행하기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이른바 테이퍼링에 나섰지만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바탕으로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국 간 통화정책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나타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테이퍼링 여파로 신흥국 금융불안이 한 차례 불거진 바 있어, 향후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는 대외 여건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미약한 내수 회복세와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등으로 정책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진 상태다.

청문회에서 이 차기 총재는 물가 안정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중심으로 성장과 금융안정을 모두 고민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이 차기 총재가 취임해도 통화정책은 당분간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지난해 5월 이후 동결돼 왔다.

앞서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등 해외 투자은행(IB)도 "이 차기 총재가 청문회에서 중도주의자적 모습을 보이는 등 한은 스탠스에 부합한다"며 한은의 정책방향이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임 총재 재임 기간 중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시장과의 소통 확대, 한은의 신뢰 회복 등도 이 차기 총재가 수행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그는 지난 "통화정책의 관건은 신뢰"라며 "경제현상 및 미래의 흐름을 보는 시각에 있어 시장과 중앙은행 간 갭(격차)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한 발언이다.

한은 총재로서 그가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신호)의 수준과 정확도 등은 오는 4월 금통위 본 회의 직후 열릴 기자설명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차기 총재가 취임 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전임 김중수 총재는 연공서열을 파괴한 대규모 인사로 유명했다.

그러나 파격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부 시각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차기 총재의 성품과 업무 스타일상 적정한 수준에서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리하게 조직에 혼란을 가져오는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차기 총재는 현지시간으로 10~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등 국제 회의에도 잇따라 참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