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방판' 시장 침체…업계는 '고민중'

2014-03-30 18:48
-인터넷, 홈쇼핑 등으로 소비트렌드 이동…업계 전용상품ㆍ맞춤 컨설팅 등 서비스 강화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화장품 방문판매(이하 방판)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60%에 육박하던 비중이 지난해에는 10%대로 급락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대표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방판 매출 비중이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모레퍼시픽의 방판 매출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57.1%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9년 40.2%, 2010년 38%, 2011년 31.6%, 2012년 23.7%로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3분기 기준 19.7%까지 내려앉았다.

LG생활건강도 이와 비슷한 사정이다. 2009년 전체 매출에서 방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32.4%에 달했지만 이듬해 24.4%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1년 22.8%, 2012년에는 19%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방판을 이용하는 고객도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추세다. LG생활건강 방판 연령대별 고객추이를 보면 20~30대 연령층은 비중이 2011년에는 41.3%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50~60대 이상의 비중은 23%에서 29%대로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변하면서 화장품 유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ㆍ면세점ㆍ홈쇼핑 등에서 설화수ㆍ헤라ㆍ오휘ㆍ후 등 주요 방판 브랜드의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인심좋고 값도 싼' 방판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방판의 주요 고객층이던 30~50대들이 온라인 사용해 익숙해지는 반면, 최근 젊은층은 집ㆍ직장 등에 낯선 사람을 들이기 꺼려한다. 이로인해 신규 고객에 2030세대들이 활발하게 유입되지 않으면서 방문판매원 및 주력 고객층의 노후화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판매원이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방판시스템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원이 소비자의 직장이나 집을 찾아가는 방식은 화장품을 살 곳이 없던 과거에나 통하던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화장품 업체들은 방판 회생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선릉ㆍ강남 등 주요 상권에 뷰티라운지를 마련해 방문판매원(뷰티 카운셀러)과 소비자가 집ㆍ직장 대신 만날 수 있도록 했다. LG생활건강은 방문판매 전용상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샘플증정과 1:1 서비스 강화 등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홈쇼핑, 면세점 등 신규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방판에 대한 수요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백화점과 함께 고급채널의 중심 축이기 때문에 생활패턴에 맞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