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이스트사이드스토리' 김명식 작가 "화면속 집이 튀어나왔어요"
2014-03-30 13:40
선화랑서 4월2~15일 개인전..'2014장리석 미술상' 수상 기념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얼굴 같은 그 집'이 결국 튀어나왔다. 도자기로 구워낸 '그 집은' 화폭에서처럼 옹기종기 작은 크기의 눈과 입을 가진 색색의 뾰족지붕 그대로다.
"10년째 그리니까 좀 싫증이 나더라고요."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East Side Story)작가 김명식(동아대 미대ㆍ65)교수가 솔직하게 털어놨다.
2004년 뉴욕에서 탄생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제 감상자 입장에선 이전 작품과 그다지 많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작가도 그것을 의식한 듯했다. 테라코타로 구워 아크릴로 색칠해 화면에서 탈출한 집은 일단 유화에서 입체로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하지만 캔버스작품, 살펴보면 변했다. '붓대신 나이프를 사용해 메티에르의 질감이 독특한 자유분방한 화면은 이전보다 군더더기가 없고 차분해진 분위기다. 화면과 색채가 한몸이 된 듯 스며든 느낌이 강하다.
작가 김명식을 10년전 다시 주목케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다시 변화의 시점에 섰다.
하나의 주제로 평생을 천착하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미술계도 광속중인 세상과 맞물리고 있다. 한 작품을 50~70년째 시리즈로 붙잡고 씨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젠 10년도 길다. 작가에게 변화는 쉽지않은 화두다. '변해도 추락하고, 변하지 않아도 추락하기'때문.
하지만 이미 그는 벌써 두번이나 변화를 꾀해왔다.
90년대 자신의 고향인 강동구 고덕동의 풍경을 그려낸 '고데기 연작'으로 유명세 탔다.이후 매너리즘을 벗기위해 시도한 것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목에서 동쪽은 항상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희망을 상징합니다."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뉴욕에 머물던 어느날, 차창 밖 풍경에 눈이 꽂혔다. 성냥갑같은 색색의 작은 집들이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다가온 것. 순간 그 작은 집들은 뉴욕에 살고 있는 여러 인종으로 오버랩됐다. 지체 없이 작업실로 달려간 그는 그 색색의 집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하얀집은 백인, 까만집은 흑인, 노란집은 동양인이라는 스토리가 시작됐다.
이방인에게 포착된 '다인종을 은유한 집 풍경'은 뉴욕 5번가 리즈갤러리에서 2005년 1월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인종의 용광로'인 뉴욕에서 부각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후 작가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로쉬코스카 갤러리(뉴욕), 2006년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마이애미)2007년 PS35갤러리(뉴욕)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가지며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작가라는 브랜드를 갖게된 것이다.
"작가들은 한곳에만 머물러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목련꽃 터지는 새 봄에 만나서일까. 지난 28일 선화랑에서 만난 작가 김명식(동아대 미대ㆍ65)교수의 백발이 싱그런 느낌이었다. 깡마른 체구와 세월의 공격을 받은 피부지만 아직도 형형한 눈빛때문인 듯 했다.
일본 규슈산업대에서 1년동안 교환교수로 활동하다 돌아와 2011년 '일본풍경 수채화'전을 연 이후 3년만에 다시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는 에너지가 넘쳤다.
오는 4월 2일부터 펼치는 전시는 10년간 추구해온 '이스트 사이트 스토리'의 변화를 살펴볼수 있다.
"그림도 계속, 많이 그리면 실력이 늘어요."
그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을 믿는다. 작가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그려놓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날수 있고, 그 기회를 잡을 있다"며 제자들에게도 강조한다고 했다.
이번전시에는 뉴욕 북부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도 선보인다.
깡 말랐지만 짱짱해보이는 이유가 있다. "40년째 테니스를 쳐 벗어보면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며 내공의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평생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작업해왔다.
내년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여유가 있지만 쉴 틈이 없다. 작품을 놀리지 않는다.
이번 전시를 마치면 부산(5월), 뉴욕(6월), 일본 고쿠라(7월), 몽골 울란바토르(9월), 미국 마이애미(12월), 일본 시코쿠(2015년2월) 등에 전시가 잡혀있다. 이번 전시는 '2014 장리석미술상' 수상 기념전도 겸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상하이 마드리드, 시드니 뉴욕 등지에서 6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선화랑 전시는 4월 15일까지.(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