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늪 허덕이는 은행권 월세대출…관치상품 지적

2014-03-25 16:06
차별성 부족·저신용층 외면 지적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도로 국내 은행들이 선보인 월세 대출 상품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신용대출 상품이나 마이너스통장과 별 차이가 없다는 수요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4일 월세 세입자들을 위한 'KB주거행복 월세대출·통장'을 출시했다. KB주거행복 월세대출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보증금이 있는 월세계약을 체결한 고객에게 최고 5000만원 한도 내 대출금으로 월세자금을 납부하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외에 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월세 대출 상품을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각각 '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월세보증대출'을 출시했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 '하나 월세론' 'KEB 월세론'을 선보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주거 취약 계층 중 월세 세입자들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대출 상품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4개 은행의 지난해 월세 대출 실적은 총 14건, 1억5700만원에 그쳤다. 월세 대출 상품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월세 세입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만 월세 대출 상품을 취급하던 당시에도 판매 실적이 미미해 은행권 안팎에서는 재형저축에 이은 또 다른 '관치금융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월세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이 증가할수록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월세 세입자들이 월세 대출 상품을 외면하는 이유는 기존 신용대출 또는 마이너스통장과의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순수 월세에 대해서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월세 대출 상품의 경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상품은 임차 보증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상당수 은행들이 대출고객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기존 별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한 고객에게는 또 다른 자금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월세 대출 상품을 꺼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월세 대출 상품 수요층이 저소득·저신용층인 만큼 대출 가능한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고객층이 얇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지난해 내놓은 '주택보증 리서치 제6호'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 대출을 취급한 은행들의 11월 말 기준 신청 건수는 총 49건으로 이 가운데 10건만 대출 승인을 받았다. 월세 대출을 필요로 하는 고객층은 주로 9등급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부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상당수 월세 대출의 지원가능 신용등급은 최저 8등급이다.

이에 따라 상품구조를 개선해 월세 세입자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정오 대한주택보증 팀장은 "일정한 미래소득이 보장되는 경우 신용을 보강하고 공적기금 수준의 저리의 이자를 제공하는 등 상품구조를 개선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월세대출의 건당 한도는 줄이고 미래소득에 대한 심사를 통해 선별된 수요자에게 소액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