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권 종사자 "한국 금융시스템 최대 리스크, 미국 양적완화 축소"
2014-03-25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외 금융권 종사자들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를 지목했다.
25일 한국은행이 국내외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핵심리스크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를 꼽았다.
최병오 한은 조기경보팀 과장은 "응답자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발생 확률도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이와 함께 ▲중국의 경기둔화(72%) ▲가계부채 문제(70%) ▲신흥국 금융불안(57%) ▲기업 신용위험 증가(41%)를 5대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금융불안'은 1년 이내 발생할 수 있는 단기 리스크라는 게 응답자들의 평가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가계부채 문제'는 1~3년 사이에 대두될 수 있는 중기 리스크로, '기업 신용위험 증가'는 중ㆍ단기 리스크(3년 이내)로 봤다.
이러한 리스크의 변동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부문의 불확실성은 줄어드는 반면 해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및 신흥국 리스크가 지난해 상반기 24%에서 올해 상반기 129%로 대폭 부각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같은 기간 50%에서 77%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가계부채 문제는 이 기간 82%에서 70%로 축소됐고, 부동산 시장 불안(57%→22%)과 기업 신용위험 증가(53%→41%)도 각각 응답비중이 하락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모두 '낮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특히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낮다'고 답해 '높다'(16%)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단기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 비중은 지난 2012년 상반기 33%에서 2013년 17%에 이어 올해까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1~3년 이내에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역시 23%로 낮다(30%)는 응답을 밑돌았다.
향후 3년간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2%는 신뢰도가 높다고 답했다. 낮다는 응답은 8%에 그쳐, 응답자들은 대부분 국내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관별로 리스크 응답 현황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기업 신용위험 증가(77%)'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고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55%)'도 5대 리스크에 포함시켰다.
비은행권 응답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봤으며 '금융규제 도입(59%)', '급격한 자본 유출입(47%)'도 리스크로 선택했다.
금융시장 참가자 및 해외 조사대상자는 글로벌 자금이동과 관련있는 '신흥국 금융불안'을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지목했다. 각각 '엔화 약세(46%),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50%)'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이 설문조사는 지난 2월 중 국내 금융기관 경영전략 및 리스크 담당 부서장, 금융시장 참가자(펀드매니저 등) 74명과 해외 주요 자산운용회사 한국투자담당자 16명 등 총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