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재무통 전성시대... GS 이어 포스코ㆍ현산도 CFO 대표 체제 합류
2014-03-24 15:29
적자 경영 탈피 시급...사세 확장보다 위기 관리 중요성 부각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건설업계에 '재무통 구원투수'의 등판이 본격화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적자경영을 탈피하기 위한 관리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올 들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대표이사 체제에 합류했다. 지난해 CFO 출신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한 GS건설에 이어 10대 건설사 중 3개 기업이 재무통의 진두지휘 하에 들어간 셈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체제에 있는 대우건설도 산은 부행장 출신의 CFO 부사장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건설업계는 명실상부한 CFO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4위 업체인 포스코건설은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황태현 전 부사장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황 신임 CEO는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93년 포항제철(포스코 전신) 입사후 주로 재무업무를 맡았다. 2004년 포스코건설로 건너와 2009년까지 CFO를 역임했다.
9위 업체인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김재식 CFO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재무통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의 김 신임 대표이사는 2012년부터 CFO로서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왔다.
건설사 재무통의 득세는 시대적인 요청으로 풀이된다. 경영악화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적자경영에 시달리면서 사세 확장보다 위기 관리에 강한 CFO의 발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실적은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GS건설이 8774억원, 대우건설이 2531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하며 적자 경영의 방점을 찍었다. 그나마 현대건설이 7929억원 흑자로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늘며 선방한 정도다.
현대산업개발은 김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 배경을 “철저한 손익관리를 통해 흑자기조로 조기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14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재무통의 등판은 GS건설이 선배다. 작년 1분기 54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경험한 GS건설은 6월 이사회에서 임병용 당시 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임 사장은 서울대 법대 석사 출신 법조인으로 출발해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에 입사하며 기업인으로 변신한 경우다. 2013년 1월 (주)GS 경영지원 팀장(부사장)에서 GS건설 경영지원총괄 사장으로 영입된 지 6개월 만에 CEO로 승진, 파격적인 인사란 평을 받았다. 부사장 시절에도 점심시간을 아껴가며 어학과 회계 학원을 다니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우건설도 사실상 CFO의 관리체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임경택 CFO 부사장이 재무와 인사, 리스크ㆍ시너지 관리 등의 주요 업무를 관장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에 파견한 경영관리단 직원수도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늘렸다.
임 부사장은 대우건설로 넘어오기 직전 산은 개인금융본부 부행장 재직 당시 온라인 전용 예금상품인 KDB 다이렉트로 '대박'을 내면서 이름을 날렸다.
3월 초 대우건설 부사장 취임 직후부터는 국내 주요 건설현장과 주거래은행을 직접 방문해 대우건설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등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