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된서리를 맞고 있는 중국 양계업자들이 '조류독감'이라는 이름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개명을 요청하고 나섰다.

23일 중궈광보왕(中國廣播網)에 따르면 지린(吉林)성의 한 양계업자는 최근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이하 국가위생위)를 상대로 조류독감 개명 소송을 제기하고 조류독감이라는 병명에서 '조류'라는 글자를 빼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린성 더후이시(德惠)시에서 청펑(程鵬)가금유한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청언바오(程恩寶) 대표는 중국 라디오방송인 '중국의 소리(中國之聲)' 양광신원(央廣新聞)'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3월 H7N9형 AI 발병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피고(국가위생위)는 병명을 ‘인체감염 H7N9조류독감’으로 명명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전파하기 시작해 양계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청 대표는 조류독감 창궐 소식이 보도되는 기간 동안 약 1000만 위안(약 17억 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면서 이는 '가금류(조류)'와 'H7N9 바이러스'가 동등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조류독감이라는 병명이 중국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관련국제기관에서도 개명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면서 피고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가금류(조류)'라는 말을 병명에 인용, 조류독감이라는 병명을 중국 사회에 고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H7N9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의 동물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바이러스 발병 원인이 부정확한 상황에서 조류에만 국한시켜 병명을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9명의 양계업자 서명과 서한을 국가위생계획위원회에 제출하고 관련 국제기관의 건의에 따라 H7N9조류독감에서 조류의 단어를 뺀 H7N9 또는 H7N9 바이러스로의 개명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이 서한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양계업자들에게 발생한 손해는 1000억 위안(약 17조5000억원)에 이르며 지난해 상반기 양계업이 입은 직접적 경제적 손실은 600억 위안(약 10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1월 한달간 손실만 이미 200억 위안(약 3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많은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