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나야말로 '친한파'

2014-03-23 02:02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서 눈길을 끄는 이벤트 중 하나가 바로 미국 정치인의 한인사회 방문이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현역 정치인과 예비 후보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표가 있어야 정치생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이들의 속성상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한인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초청하지 않아도 자기네들이 먼저 일정을 알아보고 오겠다고 한다.

미국에서 로스엔젤레스와 뉴욕에 이어 세번째로 한인들이 많이 산다는 워싱턴DC 수도권지역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지역의 미국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한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 및 규제완화 등의 공약을 들고 나온다.

현역 정치인들은 자신이 임기동안 한인사회를 위해 이뤄냈다며 각종 공적을 꼬내놓기 바쁘다.

예비후보자들은 앞으로 당선되면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공약을 쏟아낸다.

최근 버지니아에서는 연방 하원의원이 한인들과 만남을 갖고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역 한인회 주최로 열렸지만 누가 봐도 이 행사는 오는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인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인 정치인들이 한국 또는 한국과 관련된 이슈에 관해 열심히 공부를 해 온다는 것이다.

이번 버지니아 지역 주민들과 만남을 가졌던 제리 코널리 연방 하원의원은 특이하게도 북한문제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한인사회를 찾는 정치인들이 주로 하는 약속은 '장사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하겠다' '행정부에 한인출신층 기용하겠다' 등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미국 정치인들은 한반도 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북한문제 그리고 통일문제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코널리 의원의 경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의원이라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한반도 문제를 더 많이 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의원에 해당하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수퍼바이저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쌓은 한인들과의 친분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반응이다.

코널리 의원과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또 한명의 후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자유연합이라고 하는 북한인권단체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의 수잔 숄티 대표도 한인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있다.

몸담고 있는 단체의 성격상 숄티 예비후보와 한인사회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코널리 후보와 숄티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앞세우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북한인권법 문제다.

현재 미 연방의회에 상정되어 있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는 건데, 그만큼 한반도 문제를 미국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미국 내 한인사회의 정치력도 이제 옛날같지 않다.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정치권에 뛰어들고 있다.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를 비롯, 워싱턴DC 수도권지역, 그리고 뉴욕과 보스톤,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 1세대는 물론 1.5세, 2세대들이 대거 미국 정치권에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한인들이 미국 정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채 지역 사회를 위해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고 또 일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미국정치인이 한인사회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같이 하고자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배출되고 한인 유권자들이 미국 정치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친한파'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와 미국 내 한인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이는 정치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