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개인정보 유출보다 무서운 보안불감증

2014-03-19 15:37

장윤정 아주경제 정보과학부 기자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카드사에서 털리고 통신사에서 털리고 쇼핑몰에서 털리고 택배사에서도 털리고.... 털리고 털려서 영혼까지 투명해지는 느낌”
“개인정보가 개인정보가 아니라 공용정보가 된지 오래”
“개인정보 보호할 게 뭐있나요? 어차피 누구나 다 아는 정보인데”

올초에는 KB국민, 롯데카드, 농협 등 3사의 1억건 이상 대규모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연이어 KT 고객정보 1억9000건 이상 유출사고가 터졌다.

이후 티몬과 CJ대한통운 등 줄줄이 이어진 개인정보 유출사고 소식으로 대한민국은 대형 보안사고의 잇따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연일 사고가 일어나다보니 이제 개인정보유출 사고 소식이 들려도 “또야?” 하는 마음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개인정보 유출보다 더 무서운 보안불감증이 시작된 것이다.

보안불감증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 내 정보를 다른 사람이 공유한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사고를 낸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려던 초기의 결심은 사라지고, ‘또 시작이네, 다 그런거지’하는 생각으로 체념하게 만든다.

이런 생각을 악용하는 것이 바로 공격의 주체인 해커들과 유출사고를 일으킨 업체들이다.

조금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소비자의 마음, 화산처럼 끓어올랐다가 또 다른 사건, 사고로 눈을 돌리는 언론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예전으로 되돌아간다.

어차피 배상금이란 쥐꼬리만큼이고 이미지 손상이라해도 나만그런게 아니라 경쟁사도 마찬가지니 업체로서는 굳이 보안투자하고 전문인력을 뽑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개인정보를 노리는 검은 손길은 우리의 보안불감증이라는 취약한 틈을 파고든다.

털렸다고 주저 앉아야할까? 더 이상 가져갈 것도 없는데 이제 포기하자는 패배주의에 젖어야하나?

관련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돈벌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사업자로 하여금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자체에 돈이 들게한다면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하려는 행태가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돈이 되기 때문에 중국 해커들의 먹잇감이 된다면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활용도를 줄이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변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내 정보가 유출되고 멋대로 거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내 정보를 내가 지킨다'는 사용자 스스로의 인식과 행동이 굳건해야만한다. 빽빽한 개인정보활용 동의서 대충 읽지말고 부당하면 거부하고 스팸전화 신고하고 의심스러우면 다시보자. 

내 개인정보. 내가 지키지 않으면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