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 신임 행장, 파고 넘고 외환은행 순항 시킬까
2014-03-19 14:50
일단 외환은행 내부 출신이란 점에서 직원들이 김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자칫 김 내정자가 외환은행 독립경영과 관련한 노사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할 경우 직원들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셀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전 '제25대 김한조 외환은행장 취임식'이 개최된다. 김 내정자는 경희고,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정통 'KEB맨'이다.
그는 강남기업영업본부장, PB영업본부장, 기업사업그룹 부행장보를 거쳤고 외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 차기 행장에 내정됐다. 외환은행 전반에 정통하고 가계 및 기업금융 부문을 두루 거친 경험이 김 내정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나금융그룹은 김 내정자가 그룹 내 화합과 상생을 통한 시너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금융권은 계속해서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융사들은 어느 때보다 내부 출신 행장을 반기고 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누구보다 리더십을 잘 발휘해 외환은행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강성 노조'로 불리는 외환은행 노조도 김 내정자 선임에 특별히 반발하지 않았다. 다만, 평가를 유보한 것일 뿐 내부 출신이란 사실만으로 전적으로 환영 의사를 보낸 것도 아니다.
외환은행 직원들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17 합의'가 지켜지느냐이며, 신임 행장에 대한 평가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 17 합의'는 지난 2012년 2월 17일 당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 외환은행장, 금융위원장 등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관련해 합의한 것으로 △최소 5년 독립 보장 △5년 뒤 노사합의로 통합여부 논의 △향후 5년간 경영간섭 배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 내정자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며 "정통 외환인으로서 조직과 직원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서 경영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대로 외환은행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이 지주사를 위해서만 활용된다면 직원들의 배신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내정자가 '2.17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외환은행 직원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행장 연임 가능성도 높았지만, 결국 김 내정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퇴임한다. 윤 행장 역시 차기 행장 후보였지만, 조직에 새 활력소를 불러 넣어야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고 면접에 불참했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비록 직원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도 많았지만, 윤 행장 나름대로 지주사의 무리한 요구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했던 점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