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미술품 기증, 문화융성시대 국가 경쟁력 높이는 지름길

2014-03-17 09:13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점차 미술시장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문화가 국가경쟁력은 물론,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는 점 역시 식상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한국의 미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과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강구만이 관건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완판 행진'기록으로 마감된 ‘전두환 컬렉션 경매결과’가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겠다.  작품의 새 주인은 대부분 큰 손 투자자나 기관이 아니라, 일반 미술애호가가 많았다고 한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꼭 경매처럼 미술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어느 정도 좋은 전시라는 입소문만 있다면, 여지없이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든다. 

  일반 대중이 미술을 가장 손쉽고 폭넓게 향유할 수 통로는 미술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양질의 미술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미술관’은 있어도 ‘미술품’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국립미술관의 연간 작품구입 예산이 고작 50억원 수준에서 무엇을 탓하겠나.  정부 잘못도 아니다. 가난한 문화예산이 아쉬울 따름. 방법은 있다. 돈 있는 사람에게 기부를 받으면 된다.

 루브르미술관, 모마미술관, 테이트모던….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모두 기부나 기증으로 만들어져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미국은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의 일부를 기부약정하고, 기부금액을 현재시가로 산정해 그만큼 세금을 감면해주는 ‘분할기부약정제’를 시행한다. 네덜란드 역시 현금성 기부 이외에도 주식ㆍ부동산ㆍ예술작품을 기부할 수 있는 ‘기부를 통한 소득공제’가 있고, 영국은 작년부터 회사나 개인이 살아생전에 탁월한 예술품을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개인은 작품 가치의 30%, 기업은 20% 감세)인 ‘문화유산 기부제도’를 시행한다.

 일본도 ‘미술품 등록제도’를 통해서 미술품을 이용한 상속세 납부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독일은 올해부터 예술품 거래에서 발생한 총액의 30%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기로 발표했다. 영국은 영국예술위원회(Art Council)에서 중산층의 미술품 구매유도 및 현대미술품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서 미술품 구매 시 이자를 대리로 납부해주는 ‘온아트(own art)’를 시행 중이다. 

 뿌리 없이 꽃과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문화가 국가경쟁력을 담보해 준다고 해도, 무조건 미술품 유통에만 매진할 순 없다. 미술계에서 뿌리는 미술관이고, 훌륭한 열매를 키우는 자양분은 미술품이다. 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1차 시장인 화랑의 경쟁력 제고를 키워주는 ‘양약처방’과 국공립 미술관 및 박물관에 개인의 작품기증을 활성화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한약처방’이 동시에 필요한 시기이다. 기업이나 자산가의 미술품 구입과 작품기증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선 매혹적인 당근이 필요하다.

 세계 미술계와 시장을 선도하는 뉴욕 모마미술관은 전체수입의 71%, 휘트니미술관은 99%, 보스톤미술관은 78%가 개인 기부 덕분이라고 한다. 심지어 모마의 정부 보조에 의한 수익은 전체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미 20여 년 전에 삼성미술관 홍라희 관장은 프랑스에서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기부와 기증을 원한다면 먼저 칭찬하자.  우리 문화를 살찌우고 발전시키는 공이 있다면, 그게 누가 됐든 제일 먼저 우리 정부에서 시상하는 게 맞다. 빠른 시간 내에 청와대에서 한국 미술계를 발전시킨 국내외 인사를 격려하는 대통령 만찬이 열린다는 소식을 기대한다면 시기상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