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필3'를 통해 또 다른 박유환을 발견했죠"
2014-03-14 09:00
시청률 면으로만 본다면 2030 연령대를 아우르며 마니아를 양산했던 두 편의 전작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분명한 건 '로필3'가 이 시대 청춘들이 꿈꾸는 로맨스의 정석을 그렸다는 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톡톡 튀는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배우 박유환이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철든 말을 줄줄이 내뱉는 18살 외로운 소년 한서우 역('반짝반짝 빛나는')과 알츠하이머를 앓는 누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동생 이문권 역('천일의 약속')을 거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 조감독 김민도 역('그대 없인 못 살아')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박유환이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로맨틱 순정남 이우영 역('로필3')으로 돌아왔다.
여자가 판을 치는 홈쇼핑 회사에서 유일한 청일점 역이다. 신입사원답게 열정적이고 트렌디한 모습은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급기야는 동료 사원 정희재(윤승아)와 사랑에 빠졌고, 지금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꽁기꽁기'한 로맨스 열풍을 불어넣기 까지 했다.
극중에서는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로맨틱 가이였는데, 실제 박유환은 상남자에 가까웠다. 오글거리는 말보다는 담백한 속삭임으로, 애교보다는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사랑을 전한다는 그. '로필3' 속 이우영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많았어요. '커피에 사랑을 넣었어요' 같은 달달한 대사를 잘 못해서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희재를 보내면서 12개월 할부로 선물을 사는 장면도 많이 오글거렸어요. 승아 누나한테 오글거린다고 했더니, 오히려 이런 남자가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흠.. 조금만 더 오글거림을 참았으면 더 달달한 장면이 나왔을 텐데 아쉽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1년 동안 여행을 간다고요? 불안해서 싫어요. 우영처럼 그렇게 보내지는 않을 거에요. 차라리 같이 갔으면 갔죠. 우영이 희재의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됐어요. 분명히 우영과 저의 연애 스타일은 안 맞아요."
"연애 스타일만 빼면 저랑 완벽하게 딱 맞는 캐릭터였어요. 늘 막내였던 제가 '로필3' 현장에서도 막내였고요. 누나 형들한테 살갑게 구는 방법을 잘 아는데, 그런 저의 성격이 잘 맞는 현장이었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였어요. 감독님이 '오늘 영화 보자'라고 하면 제가 일일이 다 전화로 약속을 잡았죠. 그냥 그런 센스를 발휘했을 뿐인데 예뻐해 주시더라고요."
우영을 만나면서 새로 알게 된 박유환의 또 다른 모습도 있었다. '여자들과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구나' 싶은 거였는데,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선배들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아준다거나 하는 사소한 배려가 어느새 몸에 뱄단다.
"항상 형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제 성격이 이렇게 밝았었나 싶을 정도로 놀란 적도 있어요.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 저는 굉장히 밝은 아이였더라고요. 하하. 현장에서 너무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분에 진짜 저를 발견한 셈이죠."
'로필3'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는 박유환. 동네 바보라든지 사이코패스 같은 극과 극을 오가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고. 캐릭터 고민으로 밤을 새우더라도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박유환이 입을 또 다른 옷이 벌써부터 궁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