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가족 두번 울린?' 우면산 산사태 2차 조사결과

2014-03-13 14:40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최고로 키우려고 서울로 보냈는데…하루아침에 어이없게 죽어버렸다. 서울시는 이 죽음을 천재지변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한다."

13일 서울시가 지난 2011년 7월 발생해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실에서 원종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로 이뤄진 브리핑은 예상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시에 끝이 났다.

발표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대받지 못한 우면산 산사태 피해 유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서울시가 내놓은 '우면산 산사태 2차 원인조사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조사결과는 지난 2년 여 동안 대한토목학회를 통한 공학적 조사분석과 우면산 민관합동 태스크포스팀(TF)·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최종보고서 형태를 띠고 있다. 2차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단은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이후 덕우암 지구와 공군부대를 포함한 우면산 전 지역에 대해 산사태 안전대책이 즉시 강구됐다면 인명 및 재산피해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1차 조사결과 발표시 논란이 됐던 공군부대, 서초터널 발파, 등산로 등 인공시설물의 영향이 미비하거나 정량화할 수 없다는 결론에 대해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를 뒤집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산사태의 원인은 당시의 집중강우와 이에 대한 대비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유가족 중 한 사람이 돌연 "서울시 입장만 들으면 어떡하냐"면서 "심지어 오늘 발표가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제발로 찾아온 거다.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를 발표하는데 유가족들은 부르지도 않는게 말이 되냐. 역시 거짓으로 이뤄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2차 조사결과 역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가족 대표 임방춘씨(남, 67) "유가족들 입장에서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의심되는 부분을 보고서로 작성해 서울연구원에 제안을 했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을 도와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억울하게 죽은 내 아들을 두번 죽인 셈이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 김선미(가명, 여)씨는 "조사에 동참한 교수라는 분이 우면산 산사태를 두고 어떻게 '천재지변'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가 있냐"면서 "다들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인 조사 당시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을 시원하게 조사해서 결과를 제시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는다"면서 "밤마다 떠난 아들생각에 잠을 이룰 수 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브리핑이 끝나고 난 한참 후에도 유가족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양반들, (휴대폰 화면을 가리키며) 보입니까? 나도 당신들만한 아들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