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은밀한 현장] 출연자 사망 논란… '짝'이 다녀간 길

2014-03-11 12:01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사건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지난달 27일부터 이레 동안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짝'을 찾아 제주도로 떠난 11명의 청춘남녀가 일주일의 여정을 보내는 동안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을 떠나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전모씨(29)는 SBS '짝'의 최종결정을 앞둔 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한 펜션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로 짐작되는 노트에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라는 내용이 쓰여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모씨의 죽음을 단순 자살로 보고, 자살 원인이나 동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제작진으로부터 약 500시간의 분량의 녹화 테이프 전량을 제출받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다. 녹화 과정에서 제작진의 강압이나 출연진의 모욕적인 발언이 있었는지는 조사를 통해 판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이레 동안 애정촌에서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면서 출연자들이 지나간 장소를 찾아가봤다. 펜션과 인근 식당, 바다와 마주한 커피숍부터 싸늘한 주검이 안치된 영안실까지. '짝'이 남기고 간 흔적을 되짚어봤다.

# 서귀포의 한 펜션... "예약 취소 잇따라"

'짝' 촬영의 주요 배경이 됐던 한 펜션은 사전 예약이 모두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새로 오픈한 이 펜션은 본관을 포함해 총 7채로 이뤄졌으며, 독채마다 수영장은 물론 자쿠지 등 완벽한 휴양시설을 갖췄다. 때문에 오픈과 동시에 방송 언론과 관광객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오픈 두 달 만에 악재를 만난 펜션 측 관계자는 "펜션의 피해 정도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곤란하다. 장소 협찬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사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지만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펜션 주변의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해당 펜션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짝' 출연 여성이 자살한 사고 때문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펜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고 하는데 우리도 피해는 마찬가지다. 손님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SBS '짝'을 촬영했던 한 펜션

# '짝'이 지나간 길... 커피숍도 '조심'

지난 1일 '짝' 출연진이 들러 촬영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커피숍 측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커피숍에 들렀던 출연자가 전모씨인지 확인은 어렵지만 '구설수'에 휘말리는 게 썩 좋지 않은 모양새다.

커피숍은 바다를 마주보고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다. 커피 볶는 냄새와 더불어 바다 냄새가 여행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이 장소 역시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막 알려지기 시작한 곳. 때문에 관계자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해당 커피숍의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블로그나 SNS에 촬영 현장 사진을 올렸었지만 모두 삭제했다. 아무래도 예민한 부분이다.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해당 블로그 어디에서도 '짝'과 관련된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 그녀의 마지막... 서귀포 의료원 영안실

서귀포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사망 여성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과 제작진의 협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모씨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의 시신은 기본적인 수사가 마무리 된 직후 유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됐다. 현재 서귀포 의료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으며, 전모씨의 어머니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자살 사건의 경우 사건 조사가 끝나면 유가족의 협의에 따라 장례가 진행되는데, 유가족과 제작진의 협의가 원만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이 제작진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장례 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