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에 첫 유감표명…왜?

2014-03-10 17:00
자칫 국기문란 사태로 비화 가능성 우려한 듯..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의 모두발언에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행위 사건과 관련해 증거자료의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하게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증거를 은폐하고 증거 자료를 위조했다는 혐의에 국민적 의혹이 쏠리고 검찰이 이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질 조짐을 보이자 자칫 국기문란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전 장관, 임종훈 청와대 민원비서관의 선거법 위반 논란 등 6ㆍ4 지방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악재가 터진 데 이어 이번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은 국가권력의 남용 논란을 야기하고, 그 성격상 사법질서와 국가체제의 근본을 건드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낀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직접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권이 주장하는 특별검사 도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단 검찰조사에 맡기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의혹의 파장이 당장 가라앉거나 야당의 공세가 누그러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정원과 군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야당의 총력 공세에도 ‘전임 정권 때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남재준 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나 뻔한 원론적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